“용산 사고 구속 8명 사면을”… 박원순 시장, 이 대통령에 건의
입력 2012-02-07 18:59
박원순 서울시장이 용산 재개발현장 화재사고로 구속된 8명의 사면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정식 건의했다. 이에 대해 박 시장이 정치적, 법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너무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시장은 7일 용산 4구역 철거현장 화재사고로 구속된 8명의 사면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서울시가 밝혔다.
그는 건의서에서 “현재 구속 중인 8명의 철거민은 범법자이기 전에 도시재개발 과정에서 생계 터전을 잃고 겨울철 강제 철거의 폭력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지도 못하고 절망했던 사회적 약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용산 사고로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사는 그들에게 사고의 모든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 법무담당 관계자는 “정부기관과 자치단체장이 특정인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사고 구속자 8명은 이미 4년 형량의 3분의 2 정도를 복역한 상태다.
박 시장은 지난달 18일 용산사고 3주년을 맞아 진행된 북콘서트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참석해 사면 건의를 약속했었다. 박 시장은 “시장으로서 권한은 없지만 정부에 건의해 돌아오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달 30일 뉴타운 대책을 발표하면서 “동절기와 악천후 속 철거를 금지해 비인간적인 강제퇴거를 막고 세입자의 주거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박 시장의 이번 사면 건의는 용산사건의 책임 관청의 하나인 서울시의 수장으로서 사회적 약자의 주거권을 인권 차원에서 보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의 행위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법조계 등에서는 박 시장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재개발을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킬 가능성과 유사사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 효력이 의문시되는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용산사고는 2009년 1월 20일 용산 4구역 재개발현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세입자와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들을 경찰 등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숨진 사건이다.
김용백 기자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