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양기호] 도쿄大의 9월 입학제 도입
입력 2012-02-07 18:13
한국은 3월 입학, 일본은 4월 입학이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봄학기 입학제다. 미국, 유럽은 물론 중국도 가을에 입학한다. 이러다 보니 외국에서 일본 학교에 입학하려는 유학생도, 해외유학하려는 일본학생도 시간차를 겪게 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와 국내 인재의 해외유학 둘 다 불편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치고자 도쿄대학이 발 벗고 나섰다.
도쿄대의 하마다 준이치(浜田純一) 총장은 1월 20일 기자회견에서 5년 내 가을입학제로 전면 이행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등 국립 명문대학 총장들도 이에 동조하고 나섰다. 가을입학제는 이미 일부 대학에서 실시하고 있기는 하나 도쿄대가 나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립대학인 도쿄대의 비중은 한국의 서울대보다 훨씬 크다.
세계 표준 발맞춘 변신 모색
원래 일본은 가을입학제였다. 1892년 메이지정부는 학교령을 발표하여 9월 입학제를 채택하였다. 그러다가 1921년 들어 4월 회계연도에 맞추고자 봄학기 입학제로 바꾸었다. 한국이 봄학기로 된 것도 일본 식민지시절 교육제도의 잔재라고 할 수 있다.
도쿄대는 전통과 보수를 중시하기로 유명하다. 도쿄대 교수가 되려면 적어도 대학원까지 조수생활을 보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하버드대나 옥스퍼드대에 3년 유학 후 모교 교수가 된다. 한국처럼 석사부터 해외에서 공부하고 외국박사 학위를 받아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본학문에 뿌리가 박힐 때까지 먼저 국내에서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수적이던 도쿄대학이 세계표준에 맞추고자 변신하고 있다. 가을입학제는 장점이 많다. 유학생을 받기도 쉽고 보내기도 쉽다. 고교졸업 후 대학입학까지 약 6개월간 다양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영국이나 노르웨이 등 유럽국가는 대학입학 전에 아예 1년 정도 해외봉사를 하거나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학에 가는 것이 꼭 필요한지, 어떤 전공이 자신에게 맞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일본 기업들도 대부분 환영한다. 자원봉사나 유학을 통해 글로벌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유학이나 근무를 꺼린다는 것은 새삼 놀랄 일이 아니다. 2010년 하버드대 유학생 중 중국인 463명, 한국인 314명에 비하여 일본인은 101명에 불과하다. 도쿄대 학부생 1만4000명 가운데 해외유학 중인 학생은 단 53명이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적다. 오죽하면 일본 문부과학성에서 대학생들에게 돈 주면서 해외연수 하라고 하겠는가.
일본기업의 국제화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데 비해 교육이 그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파나소닉이나 유니클로 등 대기업은 외국인 채용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한국의 네이버 같은 인터넷 대기업 라쿠텐(樂天)은 아예 사내공용어를 영어로 통일하였다.
침체 빠진 일본 활력 불어넣기
이에 비해 교육의 글로벌화는 한참이나 부족하다. ‘교육쇄국’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이나 중국은 진작부터 해왔던 초등 영어교육을 일본은 이제 시작했다. 도쿄대의 세계랭킹은 2007년 17위에서 지난해 30위로 뚝 떨어졌다. 글로벌대학으로 개혁이 필요한 이유다.
물론 고민은 남아있다. 뒤늦게 졸업하는 학생들은 당연히 취업에 불리하다. 기업도 봄, 가을 두 번씩 채용공고를 내야 한다. 빠듯한 가계부에 시달리는 학부모들은 반년 더 뒷바라지를 해야 한다. 학생들도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생활계획표를 짜야 한다.
그렇지만 새로운 변화에 목말라하는 일본사회는 도쿄대의 가을입학제 도입을 반기고 있다. 글로벌화를 향한 도쿄대의 새로운 시도가 침체에 빠진 일본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흥미로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남의 일도 아니다.
양기호(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