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꽃 피는 봄이 오면
입력 2012-02-07 18:12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을 맞았다. 양력 2월 4일경,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에 왔을 때를 기준으로 약 15일간이 입춘기간이다. 생동하는 봄의 시점이다. 쌀쌀한 바람으로 몸은 아직 겨울을 느끼지만 마음만은 새싹이 돋아나는 봄을 기다린다.
봄은 설렘의 시간,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가 움트는 계절이기도 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가는 길은 다르지만/ 만나고 헤어지는 만남 속에/ 스치는 인연도 있고/ 마음에 담아두는 인연도 있고/ 잊지 못할 인연도 있다/ 언제 어느 때 다시 만난다 해도/ 다시 반기는 인연 되어/ 서로가 아픔으로 외면하지 않기를/ 인생길 가는 길에/ 아름다운 일만 기억되어/ 사랑하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있기를’(조선윤의 ‘인연’) 만남과 더불어 헤어짐의 인연을 헤아리는 시다.
개인적인 삶에는 우연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아무리 계산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게 사람과의 관계이다. 연애와 결혼을 다룬 잡지나 연애 강연자가 집필한 책이 부지기수지만 인연은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기다리지 말고 행동으로 옮겨 만들어야 한다는 게 철칙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엔 새로운 인연을 찾는 방송 프로그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 대 일, 다수 대 다수, 일반인, 연예인 등 유형도 다양하다. 노총각 노처녀 특집을 할 때는 나이의 기준을 놓고 혼란스런 마음이 생기기도 했고, 성형의 도움을 받고나서야 만남에 성공하는 참가자를 보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는 것 같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며칠 전 만난 친구는 오랫동안 만나던 애인과 헤어졌다는 말을 전했다. 이별의 소식은 언제 들어도 가슴을 아리고 뭉클하게 한다. 현실적인 문제 등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결론은 ‘인연이 아니었나봐’였다고 한다. 친구에게 ‘인연’이라는 단어는 그렇게 오묘하면서도 편리하게 쓰이고 있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어 있고 헤어지면 반드시 만난다고 하였다. 만남을 후회하지 않기를, 좋은 기억으로 남기를 바랄 뿐이라는 친구의 표정이 쓸쓸했다. 헤어짐을 두려워하지 않은 너에게 새로운 만남은 살랑거리는 바람처럼, 따사로운 햇살처럼 그렇게 다시 다가올 거라고 말해주었다.
또 한 살 나이를 더하면서 이상보다는 이성을, 열정보다는 냉정을 얻게 되는 반면 조건에 대한 기대는 하나씩 접게 된다. 이게 가장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수학이라고 믿는다. 나이를 먹어가지만, 그래도 현실과 타협하기에 앞서 나를 더 사랑하고 준비해 진정한 사랑을 얻고 싶은 의지를 가다듬는다.
젊은이들에게 봄은 마약과 같다.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소생하는 것들로 인해 화려하기만 하다. 새로운 만남에 대한 설렘과 열정적으로 꿈꿀 수 있는 용기. 봄은 나에게 그렇게 역동적인 계절로 남아있기에 매화 꽃잎 흩날리는 봄을 애타게 기다린다.
안태정(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