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뜨는 문재인, 향후 전망은] 아직은 ‘거품’도 섞여… 4월 총선 당선땐 ‘文風’ 거셀 듯
입력 2012-02-07 18:55
문재인(얼굴)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야권 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지켜온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누르는가 싶더니, 양자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치는 여론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실제로 지난해 말 10%대에 못 미치던 문 고문의 지지율(12월 24∼25일 한길리서치 조사 8.4%)은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20% 근접(1월 30일∼2월 3일 리얼미터 조사 19.3%)으로 수직상승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7일 “우리도 문 고문이 이 정도의 지지율까지 보일지는 몰랐다”고 했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의 대권구도가 ‘박·안·문’ 3강으로 재편됐다는 데 이의를 달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문 고문의 부상(浮上)으로 자체 세력만으로 정권 탈환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안철수 없이는 안 된다’가 ‘안철수가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기류로 바뀐 것이다.
일각에서는 문 고문과 안 원장이 손을 잡고 대통령과 책임총리로 대선전에 나설 경우 선거는 해보나마나 하다는 섣부른 얘기까지 내놓는다. 한 언론은 문 고문이 지난 주말 고향 부산을 찾은 안 원장과 비밀리에 만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럼 이처럼 문 고문이 국민들에게 갑작스럽게 각광을 받는 이유는 뭘까. 정치권 주변에서 나온 여러 분석을 종합해 보면 우선 안철수 원장의 뜨뜻미지근한 태도가 일조했다. 안 원장이 정치를 할지 말지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이에 실망한 야권 성향 지지자들이 문 고문을 다시 보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문 고문이 TV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식 없는 모습을 보이면서 호감을 얻었고, 1·15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친노(親盧) 진영이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그의 주가도 같이 뛰었다는 관측이다.
따라서 이를 토대로 한다면 문 고문 지지율에는 ‘거품’이 끼어 있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조만간 조정 기간을 거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는 그 분수령으로 4·11 총선을 예상한다. 부산 사상에 출사표를 던진 문 고문이 옛 한나라당의 아성에서 살아 돌아올 경우 여의도에는 말 그대로 ‘문풍(文風·문재인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다. 친노 진영을 넘어서 범야권 세력이 그를 중심으로 뭉치면서 지지율 역시 다시 한번 크게 상승세를 탈 개연성이 있다. 또한 ‘박근혜 대항마’로서의 입지가 탄탄해져 총선 3, 4개월 후로 예상되는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에서는 문 고문이 한동안 잊혀진 인물이 될 수 있다. 낙선할 경우 올 초부터 가파르게 뛴 지지율 상승분의 대부분을 반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야권 내에서 ‘그래도 안철수밖에 없다’는 여론이 조성되거나, 다른 대선주자가 부각되면 문 고문은 더욱 더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
한민수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