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랑이’ 멸종 안됐다… 시베리아호랑이와 유전자 100% 일치
입력 2012-02-07 22:07
한국호랑이와 시베리아(아무르)호랑이가 같은 핏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학자들은 “한국 호랑이는 멸종되지 않은 셈”이라고 선언했다.
서울대 수의대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이항 교수 연구팀은 7일 “일본과 미국 박물관에 보존된 한국 호랑이 뼈에서 유전자를 추출해 분석한 결과 시베리아호랑이와 한국호랑이가 같은 혈통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한국동물분류학회가 발행하는 ‘애니멀 시스티매틱스 이볼루션 앤드 다이버시티’ 1월 31일자에 실렸다.
이 교수는 “시베리아호랑이와 한국호랑이가 하나의 혈통이라는 것은 한국호랑이가 멸종되지 않았고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라며 “한국인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극동러시아 연해주 야생 서식지에 살아남은 400마리 정도의 시베리아호랑이가 바로 우리 호랑이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20세기 초 해외에 반출된 한국호랑이 표본을 좇아 지난 수년간 전 세계 자연사박물관을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100여년 전 한국에서 포획돼 반출된 호랑이 두개골과 뼈 표본을 도쿄 국립과학박물관과 뉴욕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에서 찾아냈다. 두 박물관에서 제공받은 한국호랑이 시료 3점에서 추출한 유전자 염기서열은 시베리아호랑이와 100% 같았다.
한국호랑이의 혈통이 시베리아호랑이와 같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계통연구를 하기 전에 멸종됐기 때문에 연구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교수는 “극동러시아의 시베리아호랑이는 개발, 밀렵, 산불 등으로 서식지가 감소하고 있다”면서 “한국호랑이와 혈통이 같은 만큼 시베리아호랑이 보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전성우 박사는 “러시아, 중국, 북한의 국경지대에 호랑이 이동이 가능한 생태통로가 만들어진다면 시베리아호랑이가 백두산으로 되돌아오고 통일 후 한반도에 한국호랑이가 다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환경부는 한국호랑이가 남한에서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최근 멸종위기야생동식물을 추가지정 또는 해제하면서 호랑이를 멸종위기Ⅰ급으로 유지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