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비 급등에 서민 등골 휜다… 월세 15년·전세 9년만에 최고 ↑

입력 2012-02-07 19:03


회사원 박모(25·여)씨는 오는 6월 자신의 원룸 월세 계약기간 만료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 박씨가 살고 있는 서울 당산동 주변의 원룸 월세가격은 현재 55만∼60만원으로 자신의 집보다 5만∼10만원이 비싸다. 집 주인이 이를 근거로 가격인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씨는 “현재의 보증금 500만원을 좀 더 올려주는 대신 월세가격을 동결하거나 내리기를 원하지만 집 주인이 이를 받아들일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민들의 주거에 대한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생이나 젊은 직장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월세가 지난해 15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고 전세 가격 상승률도 9년 만에 최고치다. 집값은 물론이고 거주에 필요한 주거 관련 유지·보수비 등도 크게 뛰면서 경기불황에 신음하는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7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 상승률은 전년대비 2.6%로 1996년 3.0% 이후 가장 높았다. 월세 상승률은 1991년 11.6%를 정점으로 99년 -3.0%까지 떨어졌다.

월세는 특히 방 수가 적을수록 오름세가 가팔랐다. 국토해양부 수도권 월세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해 12월 원룸의 월세가격은 전년 같은 달보다 3.9% 올라 방 두 개(2.8%), 방 세 개(2.0%)짜리의 상승률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전셋값도 4.6% 올라 2002년 7.2%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매매시장의 불안정으로 수요자들이 구매를 외면하면서 전세 및 월세 가격 급등세를 초래했다”며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집값만 뛴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거에 필요한 각종 부대 비용도 덩달아 고공행진이다.

주거시설 유지 보수비용은 지난해 5.0% 올라 물가가 치솟았던 2008년(5.3%) 이래 가장 많이 올랐다. 이중 설비수리비는 9년, 보일러수리비는 7년 만에 최고 수준의 상승세를 보였다. 상하수도료 등을 포함하는 수도 및 주거관련 서비스 비용도 2.7% 올라 전년도(1.5%)보다 2배 가까운 오름세를 나타냈다. 집에서 활동하거나 취사에 필수적인 전기료(2.0%)와 가스가격(9.2%) 상승세도 각각 10년, 5년 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해 서민들의 등골이 휘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수석연구원은 “주택을 둘러싼 각종 비용 상승은 거주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를 가져온다”며 “이는 소비 감소, 부채증가로 이어지면서 국내경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