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이기적인 특허소’
입력 2012-02-07 17:57
특허가 드디어 개그 프로의 소재로 등장했다. 오락프로의 대명사 개그콘서트에 ‘이특(이기적인 특허소)’ 코너가 생긴 것이다. 누군가 무언가를 독점할 때 “특허 냈냐?”라는 생활 속의 언어습관, 특허법원이 따로 있다는 점, 이특이라는 아이돌 가수의 지명도를 활용한 것이다. 또 특허를 둘러싼 분쟁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구촌을 무대로 삼성과 애플이 휴대전화 기술을 놓고 벌이는 소송이 대표적이다.
‘이특’은 말에 대한 특허를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형식이다. 직장 상사가 주재하는 회식 자리에 빠지고 싶을 때 부하가 “오늘 집안에 제사가 있어서∼”는 특허를 거부당하는 반면 “오늘 집안에 제사가 있는데, 제가 장남이라서∼”라고 말하면 인정받는다는 식이다.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스티브 잡스를 흉내 낸 박영진, 삼성 이건희 회장을 연상케 하는 박성광의 분장도 재밌다.
여기서 알아둘 만한 것이 특허의 속성이다. 소유권과 구분되는 지적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으로 나뉜다. 특허는 디자인권, 상표권 등과 더불어 산업재산권의 중심이다. 여기서 특허는 특별한 공업적 발명에 대해 국가가 20년의 사용권을 배타적으로 부여하는 제도다. 기술의 진보를 촉진하려는 목적이다.
‘이특’은 이 조건을 갖추었을까. 말은 공업적 발명이 아니니 특허의 대상이 아니다. 누구도 세상의 언어를 독점할 수 없는 것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저작권 쪽이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창작적으로 표현한 것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 집안에 제사가 있는데, 장남이라서∼”는 어떨까. 이 정도의 발언은 창작성을 갖춘 저작물로 볼 수 없다는 게 판례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퍼블리시티(publicity)권이 있다. 유명인의 음성과 초상을 상업적 권리로 인정하는 것이다. 연예인, 운동선수, 정치인 등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러나 ‘이특’의 주인공은 법정에 일반 민원인으로 나온다는 점, 설사 유명인이라고 해도 음성이나 초상이 아니라 발언 내용을 권리로 주장하고 있으니 퍼블리시티권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특’의 형식은 법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때 늘 나오는 반응이 있다. “웃자고 하는 일에 뭘 그리 정색을 하고 덤비느냐?” 나도 안다.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만 웃고 즐기더라도 사리(事理)를 제대로 알고 웃자는 이야기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