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언 마음 녹이는 노인복지

입력 2012-02-07 17:57

경로효친(敬老孝親)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노인복지에 있어서 맞춤형 복지는 기본적인 개념이 됐다. 이제는 수요에 따른 대응은 물론이고 효와 정성이 담긴 노인복지가 필요한 때다. 행정서비스가 기본 욕구만을 채우느냐, 동시에 마음까지 채우느냐의 차이는 수혜자들이 느끼는 온도차만큼이나 크다. 이런 맥락에서 한파를 앞두고 송파구에서 진행된 ‘사랑의 문풍지 붙여드리기’ 사업은 수혜 노인들의 체감온도를 높이는 맞춤형 복지의 좋은 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해 겨울, 지역 어르신께 세배를 드리려고 경로당을 찾았다. 그때 몇몇 어르신들로부터 난방비가 부담돼 강추위 속에서도 군불 한 번 제대로 때지 못하고 지내신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청장으로서 딱히 해결 방도도 없고, 취임 초기에 ‘부모님처럼 섬기겠다’고 공언한 것이 생각나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댄 결과 문풍지를 붙여드리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오래된 건물의 출입문과 창문에 문풍지를 붙이면 약 30%의 열 손실을 막을 수 있고, 연료비 절감효과도 10%나 된다는 사실에 근거했다. 주거 환경이 열악한 100여 세대를 선정해 지원했다. ‘황소바람을 막아드립니다’라는 구호 아래 공무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품을 팔다 보니 인건비도 들지 않았고, 재료비도 주민 성금으로 충당했다. 마음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는 최선책이었다. 올겨울을 앞두고는 11월을 아예 문풍지 바르는 달로 정하고 500여 세대에 문풍지를 붙여드렸다. 난방시설 점검 등 부대 서비스도 제공했다.

지난해 3월 노인층의 문화 욕구 해소를 위해 여성문화회관 지하에 꾸민 송파 청춘극장도 어르신들에겐 새로운 명소다. 매주 목요일 옛날 추억의 방화와 명작 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기 시작했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개관 한 달 만에 상영관을 넓은 곳으로 옮기고 상영 횟수도 늘려야 했다. 최근엔 2관도 개관했지만 여전히 문전성시다. 요즘은 야외활동에 제약을 받는 겨울철인지라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이고, 옛 추억에 잠겨 마음을 녹이는 어르신들의 사랑방이 됐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마켓 3.0시대를 예견하면서 이제는 시장이 소비 욕구별 차별화를 넘어서 인간과 공존, 감성을 두루 갖춰야 할 시대라고 역설했다. 우리가 돌봐야 할 어르신들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취해야 할 자세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효, 정성이 담긴 노인복지가 필요한 때다.

박춘희(송파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