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주식 사라” 어이없는 증권사… 상장폐지 검토 직전까지 눈가리고 아웅
입력 2012-02-06 21:26
㈜한화가 임원진의 배임·횡령 혐의로 상장폐지 검토 대상에 오르기 직전까지도 증권사들은 적극 매수 추천을 하거나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한화그룹 관련 주식들은 한화가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뒤 첫 영업일인 6일 일제히 하락했다. 한화는 투명경영방안 제고를 위한 긴급이사회를 개최했지만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확산되는 등 한화 상장폐지 위기에 따른 후폭풍도 계속되고 있다.
◇증권사, 비리에도 매수 추천으로 투자자 호도=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한화 보고서를 낸 증권사는 모두 3곳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달 31일 한화에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4만3100원에서 4만8500원으로 10% 이상 높였다. 신한금융투자는 “대한생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 한화케미칼의 주가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며 매수를 추천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달 30일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5만원을 제시했다. KTB투자증권은 보고서에서 “대한생명 주가가 회복하면 상승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트레이드증권도 지난달 중순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 4만5000원을 제시했다.
또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한화 임직원 비리 문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검찰이 배임·횡령 혐의로 한화 김승연 회장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지난해 1월이었고, 법정 공방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에 증권업계가 사건 과정을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을 언급한 증권사가 거의 없었을 뿐더러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에 추가로 투자 위험을 알린 증권사도 전무했다.
◇한화 관련주 동반하락, 소액주주 반발…거래소 규제강화 방안 검토=전날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된 ㈜한화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전 영업일보다 1800원(4.64%) 급락한 3만7000원에 최종 거래됐다. 한화 관련 주식들도 대부분 떨어졌다. 한화증권은 전 영업일보다 2.71%, 한화 손해보험은 1.3%, 한화케미칼은 1.11% 하락했다.
한화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이날 오후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4만여명에 이르는 모든 주주들에게 사과편지를 발송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한화는 이사회에서 내부거래위원회 독립성 강화와 이사회 관리감독 기능 확대 등을 골자로 한 ‘경영투명성 제고 및 공시 역량 개선 방안’을 의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와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가시화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한국거래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7일 가질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일부 소액주주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거나 국회청원을 촉구하는 등 집단행동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불성실공시를 한 상장법인의 대표이사 등 경영진을 상대로 과징금 부과나 해임요구 등을 통해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규제강화 방안을 당국에 건의할 방침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