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시리아 제재안 무산 후폭풍… 서방국 ‘아사드 축출 국제연대’ 추진

입력 2012-02-07 00:25

미국은 최근 민간인 학살사태가 자행되고 있는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시리아를 직접 압박하면서 동시에 시리아 정권 축출을 위한 국제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는 주 시리아 미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근무 외교관들을 철수시켰다고 CNN방송이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전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에 주재하던 로버트 포드 대사를 비롯한 미국 외교관들이 이날 시리아를 떠났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NBC방송 프로그램인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아 사태와 관련, “미국과 동맹국의 군사행동이 모든 상황에 적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외부에서의 군사개입 없이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리아 사태는 협상에 의해 해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미국 등 서방국들은 사실상 시리아 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국제협력을 모색 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하면서 집단적 행동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불가리아를 방문 중인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5일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보리가 무력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이제는 유엔 밖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클린턴 장관은 이어 “시리아 결의안을 지지한 13개 안보리 이사국들이 ‘새로운 민주 시리아 정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정치적 개입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독일은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돕기 위해 아랍연맹(AL)이 중심이 되는 국제연락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프랑스는 유럽 차원에서 시리아 제재를 강화해야 하며, 시리아 반정부 세력을 돕기 위한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국제적 비난도 점점 커지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제14차 독·불 각료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갖고 “시리아에 대한 국제적 행동을 가로막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러시아와 중국을 강력 비난했다.

시리아 반체제 인사로 구성된 시리아국가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두 나라의 거부권 행사는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살인 면허를 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세계최대 무슬림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도 깊은 유감을 표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리비아의 수도 트리폴리에선 분노한 시위 군중이 러시아 대사관을 습격해 러시아 국기를 끌어내린 뒤 찢었다고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