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근절 대책 발표] 피해학생 보호 역점·인성 大入 반영… 실효성엔 의문
입력 2012-02-06 21:56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자각한 정부가 피해학생 보호와 가해학생 엄정 조치에 초점을 맞춘 범정부 대책을 6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20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반 만이다.
전체적으로 처벌보다는 예방, 교단의 책임과 아울러 사회의 책임도 강조하는 점에서 문제의식은 진일보한 면이 있다. 그러나 채택된 정책수단은 백화점식으로 원론적이거나 효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게 적지 않다.
◇가해자 강제전학, 유급 등 엄정조치=피해학생이 학교폭력을 신고해도 처리기간이 길어 보복폭행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폭력 발생 즉시 학교장이 출석정지 조치를 내린다. 종전에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심의한 뒤 학교장에게 출석정지를 요청하는 식이었다.
피해학생이 오히려 전학을 가는 불합리를 막기 위해 피해학생 전학 권고 규정도 삭제한다. 사안이 중대하면 경찰이 피해학생을 일정기간 동행해 보호하고 가해학생을 감독할 수 있다. 또 피해학생이나 학부모가 요청하면 진학 때 가해학생이 같은 학교로 배정되지 않도록 한다.
논란이 컸던 ‘가해자 강제전학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가해학생 학부모 동의 없이는 전학이 어려웠다. 3월부터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가 결정하면 가해학생은 학군과 행정구역에 관계없이 피해학생과 충분히 떨어진 학교로 가야 한다. 피해자 또는 신고자를 보복폭행하거나 장애학생을 폭행할 경우 특히 엄정하게 징계키로 했다. 연간 30일 이내인 출석정지 기간 제한을 없애 수업일수가 모자라면 유급시킬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했다.
◇처벌보다 예방, 대입전형 반영=미성년자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방안은 계속 논의과제로 분류돼 대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방안에 반대한 법무부는 미성년자에 대해 형벌보다는 교화가 세계적 추세라는 이유를 들었다.
새 학기부터 학교폭력 관련 징계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해 대입전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은 특히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학생부에 자신의 인성 특기사항을 구체적인 활동사례를 들어 적도록 한 것은 신뢰성을 확보할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입학사정관제를 통한 대입 전형자료인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에 인성항목을 신설하는 방안도 마찬가지다. 내면화해야 할 인성교육을 계량화하고 점수화함으로써 온갖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폭력서클 일진에 대해서는 ‘일진지표’를 개발해 정기적으로 무기명 표본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조사결과 지표가 기준치를 넘거나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는 경우는 일진 경보를 작동한다. 이때 학교폭력 조사담당자와 상담센터 전문가가 즉각 투입된다. 그러나 학부모 단체 관계자는 “학교와 학생에 대한 낙인찍기”라며 “일진 문제가 더욱 음성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