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탄장된 서울중앙지법 ‘소통 2012 국민속으로’… “법원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변해야” 한목소리
입력 2012-02-06 23:25
6일 서울중앙지법이 ‘소통 2012 국민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장인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1층 대강당에는 일반 시민이 빼곡히 들어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확인시켰다.
토론회에는 그동안 재판에 불만을 품었던 소송 당사자 다수가 참석해 억울함과 분노를 터뜨렸고 참석자들은 쓴소리를 쏟아냈다. 숨진 아들과 관련한 재판결과에 불만이 있다는 50대 남성은 행사 시작부터 단상 맞은편에 아들 영정사진을 들고 앉아 있다가 경위들에 의해 끌려 나가기도 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발언에 나선 패널들이 한목소리로 강조한 것은 “법원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영화 속 개별 사건에 대한 공감보다는 사법부에 대한 불만 표출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결론이 옳다 하더라도 절차에 불만을 가지면 재판에 승복할 수 없다”며 신속과 효율을 중시하는 재판문화가 당사자의 말을 들어주고 내용의 적정성을 중시하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집으로’ 등을 연출한 이정향 감독은 “현행법과 재판과정에서 범죄 피해자는 자신보다 가해자가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갖는다”며 “법원은 피해자가 위로와 치유를 받도록 하는 기능을 해야 하지만 오히려 국민은 또 다른 상처와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헌 NHN 대표이사는 법원과 국민의 바람직한 소통방안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제안하면서 “SNS가 공적 공간의 특성도 포함돼 있어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하는 게 좋겠다”고 주장했다. 최철규 HSG 휴먼솔루션그룹 대표는 “위기 상황에서 소통을 통해 좋은 평판을 얻고 이를 통해 신뢰를 받아야만 존경받을 수 있다”며 법원의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5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행사 시작 후 2시간여 법원 관계자의 발표와 패널 토론이 이어지자 방청석에서는 “듣기만 하러 온 게 아니라 말하러 왔다”는 고함이 쏟아졌다. 끝내 발언기회를 얻지 못한 일부 참석자는 주최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진성 법원장은 행사를 마무리하면서 “각자 의견은 다를 테지만 여러분의 의견과 울분을 이해하고 비판의 말씀은 감사하다”며 “그동안 이런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기에 더 큰 목소리로 외쳤다고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대화의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