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엔 ‘영화를 위한 영화’ 2편을 주목하세요

입력 2012-02-06 18:07


영화를 위한 영화 2편이 나란히 개봉된다. 16일 개봉되는 ‘아티스트’(미셸 하자나비시우스 프랑스 감독·왼쪽 사진)는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진 무성영화를 다룬 흑백영화다. 무성영화가 유행하던 1920년대, 조지(장 뒤자르댕)는 출연하는 작품마다 대박을 터뜨리며 할리우드 최고 스타로 군림한다. 그러나 1927년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조지는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거금을 쏟아부어 무성영화를 만들지만 함께 개봉한 유성영화에 밀려 큰 손실을 본다. 빚은 늘어나고 아내와도 이혼하게 된 조지는 자살을 기도한다. 반면 조지를 오랫동안 흠모해온 여배우 밀러(베레니스 베조)는 유성영화의 등장과 함께 스타덤에 오른다. 그녀는 조지의 사고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한다. 영화는 대사가 거의 없고 꼭 필요한 부분만 자막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플롯의 짜임새가 좋아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오히려 화면에 집중할 수 있어 배우들의 연기와 디테일을 더 잘 볼 수 있다. 밀러가 조지에게 무언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마지막 장면이 압권이다.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장 뒤자르댕)을 받았고, 올해 골든글로브 3관왕에 이어 오는 26일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12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되는 ‘컷’(아미르 나데리 이란 감독)은 자본에 종속된 영화가 아니라 삶의 깊이가 배어 있는 진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감독의 결기로 가득 차 있는 작품이다. 영화에 혼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생각에 골몰한 슈지(니시지마 히데토시). 세 편의 작품을 만들었지만 늘어난 건 빚뿐이고 상업적으로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한다.

자금난 때문에 연출을 하지 못하게 된 슈지는 예술영화 정기상영회를 진행하면서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나간다. 그러나 상영회 도중 날아든 형의 부음 소식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야쿠자로 일하던 형이 동생의 영화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보스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슈지가 빚을 갚아나가는 방식은 예술영화를 만드는 과정처럼 멀고도 험난하다.

영화는 멀티플렉스와 상업영화 자본가들이 영화계에서 행사하는 전횡을 야쿠자의 폭력으로 빗대고 있다. 슈지가 돈을 갚기 위해 처절하게 맞는 장면과 역대 영화 100선을 교차해서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역대 영화 100선에는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도 포함됐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경쟁부문 개막작. 청소년 관람불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