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국내 에너지산업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리비아발 고유가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이란산 원유에 대한 금수 조치가 확산되고, 이 여파로 원유 가격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최근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에 합의했다. 전체 원유수입량의 9.7%를 이란산 원유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수입금지에 동참하도록 압박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원유 수출을 중단하고 다른 산유국이 이란의 공급량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주력산업이 에너지 다소비 산업인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이 위축되는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다.
전력수급도 문제다. 2000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던 겨울철 전기사용량은 2009년 이후부터 여름철 전력수요를 뛰어넘어 겨울철에 연중 최대 전력피크치를 나타내고 있다. 올겨울 확보할 수 있는 최대 전력공급능력은 7906만㎾인 반면, 최대 전력수요는 7853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악의 경우 전력예비율이 1%에 미달해 갑작스러운 광역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에너지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대책과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에너지를 과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겨울철 전기에너지가 부족한 원인은 고유가로 등유값이 치솟자 상대적으로 값싼 전기 난방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는 생산에서 소비까지 65%의 손실을 안고 사용하는 고급에너지이다. 이런 고급에너지를 난방에 사용하는 것은 국가에너지 수급체계에 큰 문제를 초래한다. 우리가 손쉽게 사용하는 전기온풍기는 선풍기 16대를 동시에 켜 놓은 것과 같은 전기를 소모하기 때문에 만약 가정에서 마음 놓고 사용하다간 한 달에 20만원이 넘는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이처럼 전기 난방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국가의 에너지수급에 위기를 초래하고 가정 경제에도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겨울철 우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보일러 온도를 25도 이상으로 한 채, 반팔 반바지를 입고 생활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외부와의 급격한 온도 차이는 면역력을 약하게 하고, 과도한 난방은 실내를 건조하게 만들어 피부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실내 온도를 18∼20도 사이로 유지하고 집에서도 긴팔과 수면 양말 등을 착용한다면 건강도 지키고 에너지절약을 실천할 수 있다.
새해가 되면 새 목표를 다짐한다. 올해는 국민 모두 ‘에너지 다이어트’로 정해 보는 것이 어떨까. 적정온도를 18∼20도로 유지하고, 내복 착용을 생활화하는 한편 차량 요일제 등을 실천한다면 고유가와 전력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신동웅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협력이사
[기고-신동웅] 에너지 다이어트 생활화 해야
입력 2012-02-06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