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성들은 고가 화장품에 열광할까… 수입원가의 최고 7∼8배 거품
입력 2012-02-06 17:52
#화장품 마니아인 대학생 조은혜(26·여)씨가 한 달에 아르바이트와 용돈으로 버는 돈은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정도 수입으론 월세,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하지만 유명 화장품을 구입하는 데 투자하는 비용만 한 달 평균 15만∼20만원에 이른다. 얼마 전엔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S브랜드의 17만원짜리 에센스를 구입하기도 했다. 조씨는 “명품으로 통하는 S브랜드 제품을 선호하는데 학생 입장에서 부담이 가긴 하지만 값비싼 브랜드가 저렴한 제품보다 원료성분이 뛰어나고 화학물질도 적어 피부건강에 더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냥 구입하게 된다”고 말했다.
갈수록 고가의 유명 화장품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특히 일부 여성들은 적은 수입에도 제품 당 적게는 10만원대 초반에서 많게는 수십 만원에 이르는 고가 화장품 구입에 적극적이다. 실제 지난해 L면세점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 제품은 가격이 20만원을 호가하는 유명 수입화장품이었다.
한 달 전에는 고가 화장품 샘플을 사기 위해 몰려든 소비자들로 한 쇼핑몰 사이트가 과부하 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2월5일부터 화장품 샘플 판매가 금지된다는 소식에 일부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누비며 에스티로더, 슈에무라, 랑콤, 설화수 등 고가의 화장품 샘플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값비싼 유명 브랜드를 최대 90%까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것이다.
여성들이 이처럼 고가의 화장품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 소비자들은 고가 브랜드를 찾는 주요한 이유로 ‘제품에 대한 신뢰’를 꼽는다. ‘값비싼 화장품이 곧 최고급 품질일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제 가격이 비싸면 제품 품질도 좋은 것일까.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럴 것’이라는 추측에는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고가 화장품의 소비자 가격 책정 요소에는 제품 원료, 용기, 광고비, 부가세 뿐 아니라 백화점 수수료도 포함된다. 특히 백화점에 입점한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중간이윤(margin)이 차지하는 비율이 31∼40%에 이른다. 예를 들어 30만원짜리 화장품을 구입할 때 적게는 9만3000원에서 많게는 12만원까지 자신도 모르게 백화점에 지불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가의 유명 수입화장품의 경우 수입원가보다 최고 7∼8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2010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자료에 따르면 S브랜드의 경우 관세를 포함한 가격은 4만1000원이지만 시중에서는 이보다 최대 4.3배 높은 약 17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화장품 생산원가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소비자가격의 5∼10%선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품의 가격 책정의 요소에는 원료값이나 용기값 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 등 여러 가지 비용이 포함된다”면서 “단순히 가격만을 따져 제품 품질을 논하긴 어렵지만 고가의 브랜드가 일부 희귀 원료를 첨가하거나 임상시험을 강화하는 등의 제품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품 가격과 제품 효능 성분이 반드시 정비례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좋은 화장품을 고르는 현명한 선택은 결국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건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