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연 기자의 건강세상 돋보기] 약사들 ‘버리면 얻는다’는 평범한 진리 기억해야

입력 2012-02-06 17:56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감기약 등 일부 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문제가 시간이 지날수록 표류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부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약사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약사들의 반대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자 대한약사회는 일부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약사사회 내부에서 극심한 반발이 일어났다. 약사회원들의 뜻도 묻지 않은 채 대한약사회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편의점 판매를 수용했다는 것이다. 결국 대한약사회는 지난달 26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논란의 중심이 된 일반약 편의점 판매에 대한 약사들의 의견을 모았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약사회는 총회가 끝난 뒤 복지부와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오히려 협상을 반대하는 대의원이 더 많다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앞으로 복지부와의 협상과정이 더욱 난항을 겪게 됐다.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대한약사회의 책임이 크다. 일선 약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 없이 편의점 판매를 추진함으로써 더 큰 반발을 불러왔기 때문이다. 약국매출이 당장 30%가 빠진다는데 넋 놓고 ‘그래라’할 약사가 있을까. 약사들이 이를 수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며 반대를 통해 잃게 되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큰 틀만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어도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가정상비약을 항상 구매할 수 있기를 바라는 국민이 80%가 넘는다. 이같은 상황에서 약국 외 판매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이미 약사사회가 겪은 바 있듯이 국민의 비난을 한 몸에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의약품 안전성 문제에 대한 약사들의 우려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안전성이 확보된 일부 의약품의 편의점 판매에 대해서는 다수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 큰 흐름에 대한 순응이자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길일 것이다.

‘도가니’로 세간의 화제를 일으켰던 공지영 작가가 유럽의 수도원을 다니면서 쓴 ‘수도원 기행’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 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 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 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쉽지 않겠지만 우리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존경받고 있는 약사들의 결단과 폭넓은 양보를 기대한다.

chyj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