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이란 위기’의 정치학
입력 2012-02-05 19:31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임박, 이란의 전 세계 유대인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미 의회의 초강력 이란제재법안 추진….
뉴스들을 그냥 죽 읽기만 해도 조만간 뭔가 터질 듯한 위기감을 느낄 수 있다. 올해 들어서면서 워싱턴DC에서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부쩍 늘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2007년 11월 폭격기를 동원해 시리아 핵의혹 시설을 파괴했다. 당시 이스라엘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모사드 수집 자료를 들이대며 비밀리에 미국의 공습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거절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거절에 그다지 반발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듣고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뒤 시리아 핵의혹 시설을 그냥 때려버렸다. 미국은 상당히 놀랐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의 설명이다. 시리아 폭격을 경험한 미국이 지금 이스라엘의 공격을 실제로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란 사태는 현재 워싱턴의 최대 외교·안보 현안이다. 백악관이나 국무부는 거의 매일 이란과 관련된 입장을 내놓는다. 의회는 이란 문제에 관한 한 한목소리를 낸다. 이란 사태는 곧 이스라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와 CNN방송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이 4∼6월쯤 공습을 단행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미 행정부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실제 위기를 원치 않는다. 유가 폭등, 미국 경제 악영향, 최악으로 치달을 유럽 경제위기, 중동전 촉발, 이란과 헤즈볼라 등의 해외 미국 관련 시설 및 미국인에 대한 테러 등 그 여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부쩍 늘어난 미 행정부와 의회 내의 이스라엘 공습 예상과 그에 따른 부정적 영향, 강력한 이란 제재 추진 등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막아보려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분석도 있다.
중앙정보국(CIA) 출신인 폴 필라 조지타운대 교수는 이 같은 움직임을 ‘미국과 이스라엘 내 매파들의 압력을 해결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보고 있다. 워싱턴은 이란 사태가 미국 국익을 해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려고 한쪽으로 정보를 흘리고, 다른 쪽으로 각국에 이란 제재 동참을 압박하는 등 고도의 정치 게임을 벌이는 것 같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