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마르는 중견·중소기업 초비상… 2012년 회사채 5조 만기 맞물려 줄도산 공포

입력 2012-02-05 19:11


중견·중소기업들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보유 현금과 현금성자산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자금의 외부 조달환경이 악화되고 있어 한계기업들의 경우 도산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5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 9월 말 현재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가운데 612곳의 현금·현금성자산 총액은 52조2180억원으로 2010년 말보다 3.39% 줄었다.

◇유동성 사정 악화 중=612곳 중 현금·현금성자산이 80% 이상 줄어든 상장사는 42곳인데 이 가운데 대기업인 GS, 신세계건설, LG패션을 빼면 나머지 39곳이 중견·중소기업이었다. 상대적으로 중견·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금성자산은 3개월 이내에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예·적금을 뜻한다. 현금·현금성자산 감소는 기업의 유동성 사정이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건설 해운 조선 등 영업환경이 열악한 부문에서 현금·현금성자금 감소율이 높았다. 해운사 6곳은 2조8200억원에서 1조8000억원으로 감소율이 36.0%나 됐다. 37개 건설사도 6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감소율이 23.1%에 이르렀다. 6개 조선사의 감소율은 6.3%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으나 현대중공업을 제외한 5곳은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감소율이었다.

◇中企 자금 조달도 어려워=유동성 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자금의 외부 수혈이 불가피하지만 조달 환경은 되레 나빠졌다. 우선 최근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기업대출 통계를 보면 2011년 11월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전년 같은 달보다 겨우 3.2% 늘어난 반면 대기업은 같은 기간 26.6%나 늘었다. 지난해 중소기업의 월별 은행 대출액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그래프 참조)이 11월을 제외하면 시종 2%대 이하에 머물러 있지만 대기업은 20%대 후반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신용평가사들이 올 들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가뜩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편인 중견·중소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에 더더욱 애로가 커질 전망이다. 중견·중소기업의 3년물 회사채 만기가 올해 집중되는 점도 부담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사태가 조금씩 안정을 찾으면서 중견·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더불어 회사채를 통해 자금조달을 꾀했기 때문이다. 자칫 차환발행에 실패하면 도산을 피할 수 없다.

올해 전체 회사채 만기 도래액 30조7000억원 중 비우량 회사채인 ‘BBB+’ 등급 이하는 4조9000억원으로 16%를 차지한다. 회사채 차환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발행금리가 올라 조달비용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