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병·의원간 리베이트 ‘검은 거래’… 2006년 이후 1000억 육박

입력 2012-02-05 19:07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적발한 제약사의 병·의원 리베이트 규모가 1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베이트 경비가 곧바로 약가에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 전가된 셈이다.

5일 공정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 17곳을 조사해 2006∼2010년 이들 업체가 969억5300만원의 리베이트를 병·의원, 약국에 제공한 사실을 밝혀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14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리베이트 제공액이 가장 컸던 곳은 사노파아벤티스코리아로 186억원이었다. 이어 한국얀센(154억원), 태평양제약(152억원), 한올바이오파머(89억원), 한국노바티스(72억원), 바이엘코리아(58억원), 삼아제약(41억원), 한국아스트라제네카(40억원), 신풍제약(39억원), 영진약품(25억원), CJ제일제당(20억원) 등 순이다.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가 지난해 급증한 것은 2010년 도입된 신고포상금제 덕분이다. 제약사 내부 직원의 고발이 늘어난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제약사들이 성분과 가격이 비슷한 복제약을 놓고 경쟁하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로 볼 때 리베이트가 음성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제약업체에서 리베이트를 챙긴 병·의원, 약국 숫자는 무려 8699곳(일부 중복 추정)이나 됐다. 자사 의약품의 처방·판매 대가인 리베이트는 다양했다. 현금·상품권 제공, 해외여행, 회식비 지원, 골프 접대, 컴퓨터·TV 등 물품 지원, 세미나·학회행사 지원 등이다.

제약업계의 판매관리비는 35%로 일반 제조업(12%)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베이트 비율은 20% 정도다. 2009년 기준으로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는 580개, 의약외품 업체는 341개로 시장규모는 15조8000억원 정도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이뤄진 조사 범위는 업체별로 2∼3년치에 불과하고 심증이 있으나 물증이 없어 적발하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면서 “제약사의 실제 리베이트 규모는 적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