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세습 체제 다지기 생일상?… 2월16일 사후 첫 ‘김정일 생일’ 앞두고 北 전역 분위기 띄우기

입력 2012-02-05 19:08

북한이 오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앞두고 벌써부터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김 위원장 우상화로 김정은 3대 세습체제를 공고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28일 양강도 청년전위들이 백두산 밀영에 있는 김 위원장의 고향집을 답사하려고 혜산을 출발했다고 보도한 이후 조선인민내무군, 철도성 등의 수많은 답사대가 이곳을 찾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특히 올해 답사자들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게 충성을 다짐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3일 ‘김정일훈장’을 제정했고 오는 14∼21일 평양에서 ‘제16차 김정일화(花)축전’을 개최하는 등 전역에서 경축공연과 체육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월 들어 연일 1면을 김 위원장의 유훈과 업적을 강조하는 글로 채우고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김 위원장의 올해 70회 생일 행사는 그 어느 해보다 성대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위원장 사망 뒤 처음 맞는 생일이고 북한은 ‘꺾어지는 해’(숫자의 끝자리가 0이나 5인 해)에 행사를 크게 가져왔다. 또 지난달 12일 김 위원장 생일을 ‘광명성절’로 제정하고 영생탑을 만들었으며 지난 1일부터 유죄판결을 받은 주민에게 ‘대사(大赦)’를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일 “김 위원장의 유훈을 주민에게 내세우며 김정은 체제의 조기 안정을 위해 김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이 주민들로부터 거둬들였던 군용 쌀 일부를 다시 주민에게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달 주민들로부터 거둬들여 저장해둔 군용 쌀인 ‘헌군미’(獻軍米) 약 50만t 가운데 일부를 주민들에게 주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지도방침이었던 선군(先軍)노선을 수정한 조치로 주민 중시 모습으로 구심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한편 교도통신은 미국이 대북식량지원 재개 조건으로 과거 식량지원 과정에서 북한에 남겨둔 2만t의 반환을 요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2008년 5월 북한에 50만t의 식량지원 의사를 표명한 후 2009년 3월까지 17만t을 지원했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했고 이 때문에 북한에 도착했으나 인도되지 않은 채 남겨진 2만t의 식량은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한민수 이동훈 기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