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25% 배제’ 서슬… 교체지수 산출 후 한차례 더 경쟁력지수 조사키로

입력 2012-02-05 19:00

대한민국 정치1번지 여의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여야가 4·11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하면서 다수의 현역 의원들이 “이번에 물갈이되는 게 아니냐”며 벌벌 떨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역대 최고 수준의 현역교체론이 대두된 상태이고, 민주통합당 역시 “엄정한 심사를 통해 의원 자격이 없는 사람은 솎아낼 것”이라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현역 의원들의 긴장감은 역대 어느 총선 때보다 팽배해 있다. ‘현역 하위 25% 공천배제 원칙’이 당론화된 마당에 당 지도부는 전국 196개 당원협의회를 대상으로 당무감사와 함께 현역의원 지역구에 대한 여론조사까지 마쳤다. 모든 의원들이 ‘물갈이’ 쓰나미에 휩쓸리지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열흘간 현역 의원 전 지역구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5일 전해졌다. 각 지역구 유권자 1000명 안팎을 샘플로 ‘○○○ 의원이 다시 출마하면 지지하겠느냐’는 설문과 해당 의원의 인지도, 의정 활동, 야권 단일후보와의 경쟁력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는 6일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직자후보추천위에 공식 보고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의원들은 사실상의 ‘살생부 작성용’이라 해석하고 있다. 당은 이번 조사로 교체지수를 산출한 다음 총선 후보자 공모 이후 한 차례 더 경쟁력지수에 대한 별도조사를 실시하고, 두 결과를 합산해 하위 25%를 걸러낼 방침이다.

조사 결과는 해당 의원에게 개별 통보되지는 않았지만, 당내에서는 하위 25%에 일부 중진급 의원이 포함됐으며 수도권 영남권 현역들이 고르게 분포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반대로 좋은 성적을 올린 의원들은 ‘표정 관리’에 여념이 없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 의원은 “살생부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 아니겠느냐”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의원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앞으로 몇 번 더 평가를 할 모양인데 지역구 활동에 전력투구하는 방법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고 했다. 수도권 한 의원은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지만 철통보안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조사) 결과 때문에 온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한 달간 실시된 당무감사 결과도 공천심사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우 우수, 우수, 부실, 매우 부실’ 등으로 나눠 평가하던 종전과 달리 이번 감사는 서술형으로 당무활동 평가를 기록했다. 현역 의원뿐 아니라 당협위원장들의 세세한 활동 내역과 평가가 다 담긴 셈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공천위에 제출되진 않겠지만 (공천) 참고자료가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 “공천심사 서류를 제출할 대다수 후보군에 대한 기초 자료가 다 모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일부터 10일까지 실시되는 공천신청 과정에서 대충의 공천 윤곽이 나올 수도 있다는 성급한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 그동안 잠복됐던 ‘MB정부 실세 퇴진론’과 ‘친박근혜계 중진 용퇴론’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나, 현역 의원 불출마 선언이 잇따를 것이란 예측도 있다. 현역 평가에서 하위 25%에 속했음을 확인한 일부 중진 의원들이 공천배제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기보다는 명예롭게 불출마를 선언하는 모양새를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