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 조달 ‘묻지마’ 空約 홍수… 사병월급 50만원 등 2030세대 겨냥한 정책 특히 많아

입력 2012-02-05 18:56

4·11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여야가 장밋빛 공약을 봇물처럼 쏟아내고 있다. ‘2030세대’를 겨냥한 정책 등이 남발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재원마련 방법이 없는데다 정부와 기업 반발도 만만찮아 헛구호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쇄신파인 남경필 의원은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군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현재 1인당 평균 9만3800원인 사병 월급을 50만원으로 올릴 경우 1조8000억∼2조2000억원의 예산만 추가 편성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병 월급 인상안은 지난 2일 비상대책위원회도 내놓은 바 있다. 비대위는 당시 국방예산 중 신무기 도입 예산을 줄여 병사 월급을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새누리당은 2004년 총선 때도 이를 공약했다. 청년층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한 단골메뉴라는 지적이다.

남 의원은 또 “초·중·고교생에게 아침급식을 무상 제공하는 방안도 공약에 포함시키자”고 제안했다. 지난달 중순 비대위가 발표한 만 0∼5세 전면 무상보육, 고교 무상교육 공약 등이 “재정을 전혀 고려치 않은 공약(空約)”이라고 비판을 받았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또다시 인기 영합성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총선공약개발단 일자리창출팀장을 맡고 있는 손범규 의원은 지난 3일 졸업 후 중소기업에 입사키로 약속한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88장학금’과 주조와 금형 등의 기업 입사를 약속한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에 생활비까지 주는 ‘뿌리장학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청년 실업자에게 최저임금 80% 수준의 구직촉진수당을 최장 180일간 지급하고 대학진학 포기 청년층에게 반값 등록금 수준의 혜택을 주겠다고 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은 지난해 3월 ‘경제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아 백지화됐던 ‘동남권 신공항’을 ‘남부권 신공항’으로 이름만 바꿔 총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당은 금융소득종합 과세기준을 4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강화하고 비과세 혜택을 대폭 줄여 5조원가량의 재원을 마련, 이를 복지 등에 쏟아붓겠다는 전략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보편적 복지 ‘3+3 정책’을 내세워 각종 공약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5년간 10만 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이 가운데 5000가구는 공공원룸텔 방식으로 대학생 1인 가구에 배당하는 방안을 내놨다.

저소득층 주민 임대료 보조제도와 노숙인이나 고시원 거주자 등이 화재 등을 당했을 때 거처를 제공하는 응급형 주거지원 확대 공약도 선보였다.

앞서 민주당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대기업에 해마다 전체 인력의 3%를 신규채용토록 강제하는 청년고용의무할당제 도입과 군 복무자에게 사회복귀지원금으로 제대할 때까지 매달 30만원씩을 적립해 종잣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처럼 무분별한 정치권 공약에 정부는 “도대체 재원은 어찌 마련할 것이냐”며 반발하고 있고 기업들은 “헌법에 보장된 기업의 자율적인 경제활동을 가로막는 공약들”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야가 제시한 총선 공약들을 다 지키기 위해서는 1년에 수십조원 이상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면서 “아무리 세제를 개편한다 해도 이 많은 돈을 다 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