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인터넷 기독동호회 ‘우리목장’… e사랑방서 행복한 ‘신앙 수다’ 10년
입력 2012-02-05 18:37
4일 서울 신림동 복천교회(담임목사 조완제). 대구에서 KTX 열차를 타고 온 1급 시각장애인 배성만(44·대구 벧엘교회 집사·안마사)씨가 40여명의 시각장애인 회원과 함께 기도모임을 갖고 교제를 나누고 있었다. 배씨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시각장애인 회원들과 만남을 갖고 싶어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이 기도모임에 참석하곤 한다.
배씨가 스케줄을 쪼개 참석한 이 모임의 이름은 ‘우리목장’(our church·http://bbs.kbuwel.or.kr·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사이트 접속 가능). 문자를 소리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프로그램(스크린리더)을 활용, 200여명의 회원이 온라인 모임을 갖는 PC통신 기독 동호회다. 최근에는 인터넷 전화인 스카이프를 설치, 로그인한 회원끼리 공짜로 음성통화를 주고받는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의 이날 모임은 ‘우리목장 10주년 감사예배’. 비록 눈은 안 보이지만 10년 동안 컴퓨터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감사하며 나라와 민족, 한국교회를 위해 성령충만 생활을 하겠다는 당찬 각오로 통성기도를 드렸다.
2002년 3월 창립된 ‘우리목장’은 매주 토요일 오후 미팅 대화방이 열린다. 회원들은 최신 뉴스와 함께 자신들이 겪었던 이야기들을 즐겁게 펼치곤 한다.
‘돋보기 졸보기’ 방은 세상을 살면서 느낀 생각을 글로 표현하기 좋아하는 회원들이 주로 찾는다. 상대의 아픔을 어루만져주고 기도를 부탁하는 ‘기도 부탁해요’ 방도 인기다.
동호회에는 설교 말씀은 물론, 신앙서적, 찬송, ‘목양의 뜰’ 신앙칼럼 등 신앙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가득하다. ‘오늘의 만나’ 코너는 묵상의시간(QT) 정보들을 제공, 인터넷 검색이 어려운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인기다. 수수께끼를 푸는 ‘퀴즈가 좋아’ 코너와 안부를 주고받는 ‘편지 사서함’도 접속율이 높다. 교회에 출석하고 있거나 다니고 싶은 마음이 있는 시각장애인이 회원자격인 이 모임의 2012년 표어는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하자’(요일 3:18)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KBS 시각장애인 앵커 1호 이창훈(28·서울 은평침례교회)씨는 “사이버 공간에서만 만나다 이렇게 직접 만나서 교제를 나누니 기쁨이 두배”라며 “이제 정식 회원이 됐으니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많이 사귈 작정”이라고 말했다.
운영자인 시각장애인 장정아(40·서울 복천교회) 전도사는 “외출하기 쉽지 않은 시각장애인들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이버 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며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기독 시각장애인들에게 더 많은 기도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말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