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혜련] 명품을 갖고 싶다면
입력 2012-02-05 17:43
“한국, 일본 여성들 덕분에 재미가 쏠쏠해요.” 최근 모임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중고 명품가방 장수다. 그것도 바겐세일은커녕 최고가인데도 없어서 못 판다는 두 브랜드 중고품만 취급한다. 중고 명품을 구하러 한국과 일본에 오곤 한다는 그는 국가별 여성들의 취향 차이를 간파해 쏠쏠한 이익을 남기게 됐다고 전한다.
말인즉, 새로 출시된 상품만 최고로 쳐 중고품을 낮은 가격에 내 놓는 과시성향의 아시아 여성들과 달리 많은 서구 고객들은 세월의 멋이 어린 ‘빈티지 룩’의 중고 명품도 선호해 이 두 쪽을 오가며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이 적당히 든 중고품은 새것 티도 안 나고 은근한 멋이 있어 신제품보다 더 받을 수도 있다는 말과 함께.
한국 언론에도 가끔 여류 명사나 연예인이 든 명품백이 가십거리로 등장하기도 한다. 누가 무슨 명품 백을 들었다 하면 그 가방이 순식간에 매장에서 동나고 때론 명품 백을 든 것 자체가 문제가 돼 죄인 취급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젠 그런 기사가 언론에서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고가의 명품을 든 것을 편드는 것도, 매도하려는 것도 아니다. 정당하게 번 돈이라면 정의로운 소비, 합리적인 소비는 각자가 책임져야 할 덕목이지 남이 재단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고가의 브랜드에 집착해 낭패 보는 그런 사례를 접할 때다. 명품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다 보니 한국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어느 핸드백의 경우 지난 4년간 가격이 두 배로 뛰어 소형차 가격에 육박한다고 한다.
최근 한국에서 번역된 ‘브랜드에 세뇌되다(brandwashed)’의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은 “아시아 사람들이 명품에 약한 건 불안감 때문이다. 잘 산 지 얼마 안 된 나라 국민일수록 요란한 브랜드를 좋아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미네소타대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인용, ‘행복을 결정짓는 요소’로 자존감이 높은 집단은 비물질적 항목을, 낮은 그룹은 자동차나 핸드백 등 물질적 항목을 꼽는다고 전했다.
좋든 싫든 한국은 명품업체들이 노리는 세계 최고의 시장이다. 판매액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그에 뒤질세라 정교하게 흉내 낸 짝퉁도 거리를 휩쓴다. 거래가가 만만치 않은 유사품의 경우 백화점 명품 매장 종업원들도 ‘잘 분간이 안 된다’고 하소연한다. 명품과 짝퉁이 함께 판치니 구별법에 대한 우스갯소리도 회자된다. 갑자기 비가 내릴 때 머리에 얹어 비를 피하면 짝퉁, 옷 안에 품고 달리면 명품이란다.
그러니 명품 가방을 자랑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부터 명품스럽게 만들어야 할 터. 자신이 명품답지 않으면 사람들은 당신이 비싼 돈 주고 산 가방도 짝퉁으로 알 것 아닌가. 오늘부터라도 어떻게 ‘명품 인간’이 될지 먼저 고민해 볼 일이다.
고혜련 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