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유영숙] 습지,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입력 2012-02-05 17:42


누구나 한번 쯤 ‘미운 오리새끼’란 동화를 읽어봤을 것이다. 오리들 틈에서 못생겼다고 구박받던 어린 백조가 눈부시게 새하얀 어른 백조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동화 속 백조는 호수, 강 등의 ‘습지’에 사는 ‘고니’라는 대형 물새다. 실제로 낙동강하구나 한강하구 등에서 어린 고니를 관찰해 보면 왜 미운 오리새끼로 불렸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고니는 어릴 때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뭇거뭇한 회색이나 갈색 깃털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그간 습지도 ‘미운 오리새끼’ 같이 여겨져 왔다. 모기 등 해충들이 서식하거나 악취를 내뿜는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습지를 쓸모없는 땅이라고 여겨왔다.

‘생태계의 심장’ 잘 관리해야

그러나 습지는 19세기 산업화시대를 지나 생태계 파괴와 생물 다양성 감소가 인류의 위기로 인식되면서 다시금 각광을 받게 됐다. 1971년 2월 2일 이란 람사르에서 ‘습지에 관한 국가 간 협약(Convention on Wetlands)’이 채택되고 그날을 세계 습지의 날로 기념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우리나라도 1997년에 이 협약에 가입했다. 1999년에는 ‘습지보전법’을 제정해 체계적인 습지보전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습지는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명체에 서식처를 제공한다. 수많은 생물들에 영양분과 먹이도 공급해준다. 아울러 물을 저장해 홍수를 조절해주며 수질을 정화하고 탄소를 흡수해준다. 한마디로 생태계의 심장 같은 곳이다.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질병들은 해당지역의 생물다양성이 파괴될수록 더욱 만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논문이 2010년 네이처지에 발표된 데서 보듯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습지를 보전하고 관리하는 것이 인류의 생존을 위한 크나큰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30개 습지가 환경부, 지자체 등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17개 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돼 있다. 이 중 환경부는 영월 한반도습지를 비롯해 18개 내륙습지 11만7126㎢를 ‘습지보전법’에 따른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풍요로운 삶을 위한 생태보전

올해 세계 습지의 날 주제는 자연과 인간의 공생에 초점을 맞춘 ‘습지관광; 위대한 경험’이다. 람사르사무국에 따르면 세계 관광객의 50% 이상이 습지를 방문한다. 보전을 전제로 한 습지관광은 지역사회에 경제적 편익은 물론 지속가능한 발전까지 보장해준다. 이를 통해 지역과 국가, 사람과 야생생물 모두를 위한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생태관광은 이러한 보전을 위한 노력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철새가 다시 찾아오도록 전신주를 뽑고, 주변 식당을 이전시키는 등 습지를 복원해 매년 300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순천만이 대표적인 사례다. 순천만이 관광지로 인기를 끌면서 지역경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또 올바른 생태관광은 어린이들에게 자연보전의 중요성과 효과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어린 시절 갖게 된 자연에 대한 좋은 기억은 자연생태를 효과적으로 보전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환경부는 2012년 자연보전정책의 미션을 ‘국토에는 환경가치를, 국민에게는 생태복지를!’로 정했다. 국토의 환경가치를 높이고 국민 모두가 보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생태복지를 구현하겠다는 굳은 다짐이다. 올해 임진강하구, 태화강하구 등을 습지보호지역과 람사르습지로 지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런 노력들을 통해 ‘미운 오리새끼’ 취급을 받았던 우리의 생태자원이 훌륭한 ‘백조’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유영숙 환경부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