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장폐지 실질심사 겨우 모면한 ㈜한화

입력 2012-02-05 17:43

㈜한화가 임직원들의 횡령·배임 혐의 때문에 주식이 매매거래 정지될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다.

한화는 지난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김승연 그룹회장 결심 공판에서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받자 다음날 3일 증시에 이 사실을 공시했다. 이에 한국거래소는 ㈜한화 종목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하는 지를 검토하겠다며 6일부터 주식거래를 정지한다는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검찰이 기소한 횡령·배임 금액 중 ㈜한화와 관련된 899억원이 자기자본의 3.9%에 달해 상장폐지 심사 요건(2.5% 이상)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5일 긴급회의를 연 뒤 한화를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한화 주식은 거래정지 없이 6일부터 정상적으로 매매가 이뤄지게 됐다.

한화의 시가총액이 3조원에 근접해 매매 정지에 따른 파장이 크고, 상장폐지 심사 여부를 가리는 시간이 지체될수록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 거래소의 결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한화 측이 제출한 경영투명성 개선 방안 등에 유효성이 있고 적극적인 개선 의지가 있다는 판단도 내렸다고 한다.

하지만 휴일에 이례적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해 당일 상장폐지 심사 제외 결정을 내린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년간 유가증권시장에서 횡령·배임 관련 공시를 한 기업 가운데 상장폐지 심사 대상까지 올랐다가 회사 측 소명이 받아들여져 거래정지를 면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보해양조와 마니커의 경우 주식거래가 재개되기까지 각각 2개월과 2주가량이 걸렸다. 횡령·배임 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2009년 2월 상장폐지 실질심사제가 도입됐지만 예외적 조치가 남발되면 실효성이 퇴색하게 된다는 점을 당국은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한화 측이 횡령·배임 공시를 공소장을 받은 지 1년 뒤에, 그나마도 오후장이 끝난 후 공시한 점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한화 측도 내부거래위원회 및 이사회·감사위원회 역할 강화 같은 경영 투명화 조치 등 투자자와의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