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유네스코 무형유산 선정 ‘택견’… 굼실 거리다 ‘능청’ 武를 딛고 人을 보듬다
입력 2012-02-05 23:31
“이크, 에크!”
중요 무형문화재 76호 예능 보유자 정경화(58)의 호령에 맞쳐 충주 택견 전수단원들이 능청거리듯, 넘실거리듯, 부드러운 몸짓 가운데, 상대를 제압하는 강하고 호쾌한 힘이 있는 우리 전통무예 택견을 수련하고 있다.
택견은 2천여년전 고구려를 지켜온 민족무예로, 신라시대에는 화랑도를 통한 호연지기로서 이어졌다. 고려시대에는 수련을 통해 무사들의 기백을 키웠고 조선시대에는 선비정신이 더해져 오늘의 참정신을 구현하는 고유무예로 자리 잡았다. 고구려 시대부터 무인들을 비롯해, 일반 백성까지 두루 즐겼던 택견이 지난해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선정위원회에서 무예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선정되었다.
택견은 품밟기(보법), 활개짓(팔을 휘두루는법), 발질의 모양새로 구성돼 있으며 혼자서 익히기(기본연습), 마주메기기(상대연습), 견주기(맞서기)등 3단계 수련과정을 거친다. 품밟기는 택견의 보법으로 다른 무술과 차별화하는 핵심 동작이다. 굼실거리며 무릎을 굽히는 ‘굼실’과 허리를 펴고 몸을 활처럼 휘는 동작인 ‘능청’으로 구성되어있다.
택견은 ‘살상’을 목적으로 하는 타무술과는 달리 그저 물흐르듯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으로 상대방을 제압해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것을 추구한다. 택견은 강한 완력이나 고도의 기술없이 손쉽게 실전에서 활용할 수 있는만큼 ‘100세 시대’의 노인건강을 위해서나 여성, 청소년들의 호신술로도 안성맞춤이다.
택견은 ‘호신용 무예’뿐만 아니라 현대인의 건강에 좋은 ‘웰빙운동’이기도하다. 좌우 근육과 관절을 모두 사용하는 택견은 구부러진 체형과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정 택견 예능보유자는 택견은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민족 고유의 유산’이면서 ‘강한 실전력을 가진 호신술’인 동시에 ‘남녀노소 쉽게 배울수 있는 생활체육’이라고 밝혔다.
“택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겠죠? 전통 계승을 위해 정부의 관심 및 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이른 아침 수련생들이 다시 택견 전수관을 나선다. “이크, 에크!” 창공으로 택견의 품밟기가 날아오른다.
사진·글= 강민석 선임기자 minseo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