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생활 침해 강력 대응] 코앞에 직영점 열고 리뉴얼 강요하고 ‘甲의 횡포’

입력 2012-02-03 19:09


정부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자들에 대한 피해 방지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횡포로 영세 가맹점주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등 피해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프랜차이즈 가맹사업은 소자본으로 누구나 쉽게 창업할 수 있어 최근 베이비붐 세대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가맹점 개설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수는 2008년 10만7354개에서 2010년 14만8719개로 2년 만에 38.5% 늘었다. 프랜차이즈 브랜드별로 보면 2010년 기준 외식업이 전체 2550개 중 1661개로 65.1%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서비스가 261개로 10.3%를 차지했고 자동차 관련 30개(1.2%), 편의점 29개(1.1%) 순이었다. 특히 지난해 편의점 신규 출점수는 4513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도 해마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점포수는 지난해 3000개를 넘어섰다.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업체인 카페베네는 2008년 17개였던 매장이 지난해 말 700개 이상으로 급증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은 은퇴한 베이비부머와 청년 실업자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직장에서 정년퇴직했을 정도면 갖고 있을 돈으로 창업이 가능한데다 본사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실패할 위험이 덜할 것이란 생각에서 프랜차이즈 가맹점 사업에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300m도 안 떨어진 동일 상권 내에 잇따라 가맹점 허가를 내거나 직영점을 개설해 영세 가맹점주들을 부도위기로 내몰고 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 업체인 A사는 김모씨와 가맹계약을 체결한 후 3년이 지나 김씨 가게로부터 불과 130m 떨어진 동일 상권 내에 직영점을 설치했다. 김씨는 직영점으로 고객이 몰리면서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게 됐다.

본사가 비용부담을 가맹점에 떠넘기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프랜차이즈 업체인 B사는 카드사 제휴 할인행사를 하면서 비용분담에 대해 미리 가맹점주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얻지 않고 할인에 따른 비용을 가맹점주에게 부담시켰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인 C사는 자사와 신규 계약을 체결한 수십명의 가맹점주 모두에게 냉장고, 그릇류 등을 구입할 때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하도록 강요했다.

최근에는 가맹점주 부담으로 가맹점에 대한 리뉴얼이나 매장 확장을 강요하고 이를 거절하면 가맹점주의 계약갱신을 거절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히 할리스, 엔제리너스, 카페베네, 이디야, 톰앤톰스 등 최근 급성장한 5개 국내브랜드 커피전문점을 올해 중점 감시 대상으로 정해 불공정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처럼 리뉴얼 인테리어비용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등 불공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일부는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다.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은 2007년 4360억원에서 지난해 1조3810억원으로 3배나 급팽창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맹점에 원자재를 독점으로 공급하고 1000만원 안팎의 가맹비 및 각종 인테리어 비용 등을 챙기며 수익을 늘리고 있다. 정년퇴직 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가맹점주 간 경쟁을 시켜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앉아서 돈을 쓸어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