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하락세 15주만에 ‘스톱’… 기록적인 한파에도 전세 찾는 발길 늘어

입력 2012-02-03 19:08


설 연휴 이후 전세시장이 꿈틀대며 서울지역 전셋값 하락세가 15주 만에 멈췄다. 설 이후 신혼부부와 도심 직장인 등의 전세 수요가 늘고 있어 다시 전세난이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1월 27일∼2월 3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보합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10월 말 이후 15주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수도권은 0.01% 소폭 상승하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서울에서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강동구가 0.22%나 올랐고, 동대문(0.04%), 마포(0.02%), 성동(0.02%), 광진(0.01%), 서초(0.01%), 용산(0.01%) 등 도심 업무지역 주변도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도봉(-0.06%), 은평(-0.05%), 노원(-0.05%), 강남(-0.05%) 등은 전셋값이 떨어졌다. 기습적인 한파에도 기업체 밀집지역이나 교통이 좋은 수도권 아파트에는 싼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증가했다.

도심 업무지구와 가까운 마포는 성산동 풍림, 대흥동 마포태영 등 소형 전셋값이 250만∼500만원 정도 올랐다. 신도시는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일산, 중동, 산본이 주간 0.01% 오른 반면 분당(-0.01%)은 소폭 하락했다. 서울 접근성이 좋은 광명이나 삼성전자 등 기업수요가 많은 화성, 신혼부부와 직장인 수요가 움직인 남양주와 안산 등도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강동구는 매물부족이 심해지며 전셋값 상승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다. 2444가구인 고덕시영은 공식 이주기간이 오는 6월 15일이고, 인근 고덕주공4단지(410가구)는 올 상반기에 이주가 시작된다. 7∼8월에는 고덕주공7단지(890가구)가 움직인다. 이들 3개 단지를 합치면 3700여 가구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셈이다.

고덕시영 입주자의 80%에 이르는 세입자들이 현재 전셋값으로는 서울지역 아파트는 물론 다세대주택도 구하기 쉽지 않아 대규모 ‘전세난민’이 우려된다. 1984년 지어진 노후단지인 고덕시영 전셋값은 4000만∼1억원으로 인근 연립·다세대주택보다 저렴하다. 벌써부터 전세를 선점하려는 수요 때문에 인근 명일동 삼익그린2차, 명일현대, 고덕주공9단지 등은 한 주 만에 500만∼1500만원가량 올랐다.

에이플러스리얼티 조민이 팀장은 “고덕시영은 아주 낡은 아파트로 세입자들이 현재 전셋값으로 갈 수 있는 곳은 인근 상일동이나 하남 남양주 등이 꼽힌다”며 “그러나 한꺼번에 워낙 많은 가구가 움직이는 데다 주변 전세도 이미 오른 상태여서 이들이 어디로 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