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처 첫 여성기관장 정원미 경주지청장 “보훈대상자 가족처럼 배려할 것”
입력 2012-02-03 19:05
국가보훈처에서 첫 여성 기관장이 탄생했다. 보훈처는 3일 경주보훈지청장에 정원미(54·사진) 서기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군복무 가산점제 재도입을 주장할 정도로 보수적인 분위기인 보훈처에서 여성 기관장이 배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신임 지청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30여년간 보훈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접한 경험을 살려 보훈대상자들의 실질적인 필요와 어려움을 챙기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책 위주의 행정보다는 가족처럼 보훈대상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보훈대상자들이 국가를 위해 헌신했으면서도 자긍심을 느끼지 못한다”며 “이들에게 당연히 받아야 할 존중과 배려를 되돌려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지청장은 “그동안 보훈제도가 많이 개선됐지만 우리 사회의 보훈 대상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따뜻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정 지청장은 1977년 9급 공채로 공직을 시작해 내내 보훈처에서만 일해 왔다. 그가 보훈처 근무를 지원한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6·25 전쟁에 참가해 무공훈장을 받았으며 항상 나라를 위해 일했던 것에 대해 자부심이 대단하셨던 분이었다고 한다.
2004년 보훈처 사상 첫 여성 사무관으로 승진했고 2010년에는 첫 여성 서기관이 되기도 했다. 정 지청장은 항상 여성 선두주자였지만 그 부담감이 만만찮았다고 털어놨다.
“제가 잘못하면 후배들에게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제 보훈 업무는 배려심이 많은 여성들이 더 잘할 수 있는 공직분야가 됐습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