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쇄신파에 친박까지 反旗… 비대위-기성세력 ‘새누리당’ 개명 후폭풍
입력 2012-02-03 18:54
새누리당의 당명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2일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 개명 결정 직후부터 계속되고 있다. 친이명박계는 물론 쇄신파와 친박근혜계까지 당내 제 세력이 일제히 반기(反旗)를 들면서 새 당명을 둘러싸고 비대위 대(對) 기존세력 간 갈등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친박계 핵심인 유승민 의원은 3일 새 당명에 반발하면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기자들과의 만나 “(새 당명에) 정체성이 전혀 없다.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명은 선거를 치를 때 중요한 문제인데 비대위에서만 의결하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박근혜의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출신으로 누구보다 ‘박심(朴心)’을 잘 이해한다는 평가를 받는 유 의원까지 반발하는 것은 비대위에 대한 친박계 전체의 불만을 함축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박계 원로이자 당 상임고문인 김용갑 전 의원은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은 ‘침대는 과학’이라는 카피를 만든 광고전문가라는데 그럼 우리 당이 ‘침대’냐. 침대는 사게 만들면 그만이지만 당명은 그런 게 아니다”면서 “참 어이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 본부장이 이번 당명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어 “통합진보당이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꾼다 해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는 이름 아닌가. 남자 이름도, 여자 이름도, 성씨도 없는 셈인데 이런 당명으로 당 정통성도 이어갈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남경필 임해규 구상찬 권영진 홍일표 의원 등 쇄신파도 이날 오전 별도모임을 갖고 “당명 개정은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며 의총 소집을 요구했다. 남 의원은 “당명에 대한 호불호는 둘째 문제이고 더 큰 문제는 민주적 절차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그것 때문에 비판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비대위에 의해 4·11 총선 공천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돼 온 친이계도 이참에 불만을 폭발시켰다. 전여옥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무슨 새 세상인지, 명분도 철학도 고민도 없는 이름”이라며 “새누리당? ‘친박연대’보다는 낫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반면 권영세 사무총장은 라디오에 나와 “처음부터 익숙한 당명은 좀 진부한 당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떤 이름을 정했어도 비난은 나왔을 것”이라고 반발을 일축했다. 조 본부장도 “유치원·애완견 이름 같다는데 유치원이면 어떠냐. 유치원생은 국민 아니냐”면서 “국민의 친구가 되고 국민의 종이 되겠다고 하는 것인데 애완견 이름이 된다고 무슨 문제냐”고 반박했다.
전날 박 위원장은 비대위 전체회의에서 “강아지 이름은 메리와 쫑도 있다. 메리는 성녀 마리아에서 유래했고 쫑도 존(John)이란 의미로 안 좋은 게 아니다”면서 “우리가 당 이름을 바꾸고 계속 잘하느냐가 중요하니 전문가(조 본부장)의 말을 듣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이와 함께 불만스럽지만 결정됐으니 따르자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구·경북(TK) 지역 한 의원은 “여기서 또 당명을 바꾸면 모양새가 뭐가 되겠느냐. 일단 정한 걸 너무 강하게 어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남지역 다른 의원은 “너무 논쟁하면 파장만 커진다. 이대로 놓고 연착륙시키는 게 났다고 본다”고 거들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황우여 원내대표는 당 사무처에 오는 7일 당명 개정과 관련한 의총 개최를 지시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