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만원 위로금주며 “직무 중 일 입 닫아라” 합의서가 의례적?… ‘복마전’ 축구협회 의혹 더 커진다
입력 2012-02-03 18:50
복마전 같은 대한축구협회의 비리 실체가 당국의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인가.
대한체육회는 3일 비리를 저지른 직원에게 거액의 퇴직 위로금을 준 대한축구협회에 해당 직원과 행정책임자 등을 수사기관에 고소하도록 지시했다. 또 이번 일로 사퇴한 김진국 전 전무이사 등 행정책임자에 대해서도 배임 책임을 물어 고소할 것을 주문했다. 대한축구협회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축구협회 특정 감사를 5일 동안 벌여왔다. 이에 따라 축구협회는 횡령, 절도미수, 협박 혐의를 받는 직원 A씨를 다음주 초 경찰에 고소하고 퇴직 위로금을 환수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이나 협박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수뇌부가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건 전말은=법인카드 업무를 맡아온 A씨는 지난해 11월 8일 사무실에 침입해 축구용품을 훔치다가 들켰다. A씨는 절도 혐의에 대한 축구협회 추궁 과정에서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카드회사에서 환급된 포인트 2489만원어치를 빼돌린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협회가 이런 사실을 파악하자 A씨는 임원들이 부당하게 사용한 법인카드 내역 등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징계를 받아야 할 A씨는 오히려 퇴직위로금 1억5000만원을 받은 뒤 사직했다. 협회 노조가 지난달 26일 이 과정을 폭로했고, 김 전 전무는 책임을 지고 다음날 곧바로 사퇴했다.
◇판도라 상자 열리나=협회는 A씨를 단호히 징계할 수 있음에도 오히려 위로금을 줘가면서 사태를 무마하려 했다. 대한체육회 감사 결과 A씨와 김 전 전무가 비밀 보장 합의서를 주고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합의서에는 “직원으로 재직하던 중 알게 된 협회의 기밀사항 또는 협회에 불리한 사실을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협회는 해당 직원의 비리를 고발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다른 업체에 취업할 때도 불이익이 없도록 신분 조회 때 ‘문제가 없다’고 알리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간부의 비리나 비자금 등을 폭로하겠다는 A씨의 주장에 신빙성이 실리는 대목이다.
계좌 추적 등을 통해 비자금이 드러나거나 궁지에 몰린 A씨가 비리 사실을 추가로 폭로할 경우 축구협회는 걷잡을 수 없는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조중연 회장 등 협회 수뇌부 전체가 수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협회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조 회장 차기 회장 불출마하나=조 회장은 체육회 감사 결과가 발표된 이날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 회장은 “감사 결과는 겸허히 수용하겠지만 비자금 조성 같은 비리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비밀 합의서에 대해 “의례적인 비밀서약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년 회장 선거 출마여부에 대해 그는 “모든 것에 연연하지 않고 남은 10여개월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연연하지 않겠다는 말로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출마를 시사했지만 조 회장은 당국의 수사 결과에 따라 내년 1월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2009년 1월 선거에서 허승표 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을 누르고 정몽준 전 회장에 이어 임기 4년의 제51대 축구협회장 자리에 올랐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