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에 사는 강명수(68·가명)씨는 방 하나에 현관이 없는 집에 산다. 삐걱거리는 출입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삭풍이 몰아친다. 벌어진 문틈과 한 겹의 유리창 틈으로 찬 바람이 들어오지만 벽이 너무 얇아 이중유리로 바꿀 수도 없다.
방안에서도 외투와 모자를 쓰고 지내는 강씨는 “기름보일러가 있지만 켤 엄두도 못 낸다. 전기담요를 하루 2∼3시간 켜는 것으로 버티고 있다. 정부가 도시가스를 넣어 주거나 전기요금을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 집을 방문한 원주소비자모임 권오선 연구원은 3일 “지역사회단체와 힘을 모아 출입문을 교체했지만 더 이상 지원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기초수급자가 아니어서 월 5만원 안팎인 난방비를 지원받지 못한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달 전국 9개 도시 혹한기 빈곤층 124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 이들이 사는 집의 실내온도는 평균 14.8도였다. 겨울철 실내 적정온도는 18도다. 실내온도 18도 미만이 전체의 78.9%(98가구)였고, 14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38.6%(48가구)에 달했다. 이들이 사용하는 난방시설은 석유보일러가 50.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도시가스보일러(17.7%), 전기장판(13.7%), 연탄보일러(7.2%) 순이었다.
중앙난방은 0.8%, 지역난방은 2.4%에 그쳤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월 6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상대적으로 값이 싼 도시가스(36.0%)와 지역난방(25.7%)을 주로 이용한다. 난방용 등유는 단위열량(㎉)당 가격이 122.1원으로 도시가스의 34.8원보다 3.5배 비싸다. 가난한 계층이 더 비싼 연료를 쓰고 있는 것이다.
등유보일러를 마음껏 쓰지 못하는 조사대상 가구 대부분(70.1%)은 보조 난방기구를 사용했다. 주로 전기장판(88.5%)과 전기히터(8.0%)를 쓴다. 사용시간은 하루 10시간 이상이 54%로 가장 많았다. 오직 전기장판에만 의지하는 가구도 13.7%였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정전이 되면 추위를 피할 방법이 없어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평균 전기요금으로 3만원 미만을 내는 가구가 65.8%였다. 반면 5만원 이상 내는 가구는 12%를 조금 넘었다. KEI 추장민 연구위원은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값싸고 깨끗한 도시가스를 공급하도록 지원하는 제도가 매우 미흡하다”고 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
‘실내온도 14도’ 외투 입고 덜덜… 혹한이 서러운 빈곤층
입력 2012-02-03 2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