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윌리엄 왕자 훈련차 포클랜드 파견… 다시 번지는 ‘영유권 갈등’
입력 2012-02-03 18:42
남미 대륙 동남쪽 끝의 외딴 섬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영유권을 둘러싼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영국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반감이 과격 시위로 이어지는 등 양국 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2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영국 왕실의 왕위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 왕자가 이날 포클랜드에 파견되면서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영국 국방부는 공군 수색구조팀 소속인 윌리엄 왕자가 4명의 팀원과 함께 섬에 도착해 6주간 훈련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영국군의 훈련은 영국과 아르헨티나 간의 ‘포클랜드 전쟁’ 30주년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이다. 영국은 앞서 대공방어 능력이 뛰어난 최신 구축함 ‘HMS 돈틀리스(Dauntless)’를 섬에 배치키로 하는 등 포클랜드에 대한 군사력을 강화해 왔다.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영국이 포클랜드 영유권 논란을 군사적 대결로 확대하려 한다”고 전제하고 “정복자의 복장을 한 윌리엄 왕자가 포클랜드에 파견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아르헨티나 극좌파 단체인 ‘케브라초’ 회원들은 이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영국계 은행인 HSBS 지점에 페인트통을 던지며 시위를 벌였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 인권단체인 ‘5월 광장의 어머니들’ 회원들은 포클랜드 반환을 요구하며 거리 행진을 벌였다. 또 다른 시위대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영국대사관 외곽에서 행진을 하면서 영국국기를 불태웠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정부에 영국과의 국교를 단절할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주 영국군의 포클랜드 주둔을 비판하면서 “그들은 우리의 원유, 물고기를 약탈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는 지난달 초 의회에서 “사실 아르헨티나의 최근 행동들은 포클랜드에 대한 과도한 식민주의적 발상이다”면서 “우리는 영국에 속하기를 바라는 포클랜드 주민들의 자기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이 섬의 영유권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으로 1833년부터 영국이 지배해왔다. 이후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가 무력으로 점령하자 영국은 항공모함 등을 급파해 74일 만인 6월 14일 섬을 탈환했다. 포클랜드 전쟁으로 영국군 255명, 아르헨티나군 649명, 민간인 3명이 사망했다. 이후 양국 간 협정으로 30여년간 유지된 평화는 2010년 영국의 정유사들이 이 섬 인근 원유시추 사업에 관심을 보이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섬 주변에는 600억 배럴의 원유를 비롯 상당 규모의 천연자원이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