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축구장 참사 후폭풍… 反군부 시위로 확산
입력 2012-02-03 18:43
이집트 축구장 참사가 반(反)군부 시위로 확산되고 있다. 축구장 폭력사태 항의 시위가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사최고위원회에 대한 반대 시위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 항구도시 수에즈에서 3일(현지시간) 축구장 폭력사태에 대한 경찰의 무능함을 규탄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시위대 2명이 숨졌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또 전날 수도 카이로에는 1만여명이 내무부 청사 앞에 모여 포트사이드 경기장에서 벌어진 참사와 경찰의 사건 대응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부에 사건의 책임을 돌렸다. 경찰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해산을 시도했고, 이 과정에서 약 630명이 최루탄 가스를 직접 들이마시거나 돌에 맞아 치료를 받았다.
지난 1일 포트사이드 홈팀 알마스리와 카이로 연고 알아흘리의 경기 직후 관중 간 벌어진 난투극으로 79명이 숨지고 1000여명이 다쳤다.
일부 알아흘리팀 인사는 상대팀 팬들이 흉기를 지닌 채 경기장에 입장했고 난투극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일부 출구까지 막혀 희생이 컸다는 점을 들며 난동이 사전 계획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알아흘리팀 이사회의 칼레드 모르타기는 “상황이 사전에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CNN에 말했다. ‘울트라’로 알려진 이 축구팀의 팬들은 1년 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 축출 전면에 나선 데 이어 최근에는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군부를 비난해왔다. 이 때문에 알아흘리 팬들은 경찰이 의도적으로 상황을 수수방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과도정부는 주민 동요를 막으려고 다양한 후속 조처를 했지만, 분노한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집트 의회 일각에서는 경찰의 무능한 대응을 질타하며 내무장관을 직무태만으로 고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카말 엘 간주리 총리는 의회에 출석해 포트사이드를 관할하는 주지사를 해임했다고 밝혔다. 앞서 과도정부를 이끄는 군 최고위원회(SCAF)의 후세인 탄타위 위원장은 난동 배후를 추적하겠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