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은 지겹다”… 몬티 총리 ‘舌禍’에 伊국민들 비난글 쇄도
입력 2012-02-03 18:44
이탈리아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마리오 몬티 총리가 가뜩이나 실업난에 시달리는 국민들 앞에서 “평생직장은 지겹다”는 말을 내뱉어 분노를 사고 있다.
몬티 총리는 1일(현지시간) TV 토크쇼에 출연해 청년 실업 문제와 관련, “젊은이들은 평생 동안 고정된 일자리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에 익숙해져야 한다”면서 “평생직장은 지겹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 해고에 엄정한 제한을 가하는 노동법은 이탈리아 발전에 해롭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이탈리아의 실업률이 8.9%에 이르고, 특히 15∼24세 청년 실업률이 31%를 넘는 등 온 국민이 실업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도중에 나온 것이어서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고 AFP통신은 3일 전했다.
몬티 총리 발언에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와 트위터에는 “은행에 가서 고정된 일자리가 지겹다고 말해라” “월급 350유로(54만원)가 지겹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대학졸업자가 먹고살기 위해 문지기로 일하고 있다”는 등의 비난글이 쇄도했다.
또 몬티 총리가 종신 상원의원인 것을 빗대어 “종신 상원? 얼마나 지겨울까”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왔다.
좌우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정치권이 그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중도좌파인 줄리아나 카를리노 의원은 “수백만의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고정 직업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것은 도의에 벗어난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도 우파인 지안프란코 로톤디 국민자유당 의원은 몬티 총리가 무례했다고 지적했다.
몬티 총리가 최근 재정 위기로 인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노동시장 개혁안을 발표한 뒤여서, 이번 말실수가 국민들의 고통분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개혁안 추진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