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생 폭행·협박 두려워” 호소 봇물… 117신고센터 학교폭력 접수 2012년 1월에만 616건
입력 2012-02-03 18:35
“서울의 초등학교 4학년 아이가 정신지체장애인데, 전학 온 지 몇 달 만에 동급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코뼈가 부러지고 온 얼굴이 부었어요.”
학교폭력신고센터가 ‘117’ 단일번호로 통합된 후 학교폭력 신고 전화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경찰청은 지난달 1∼31일 117신고센터에 신고, 접수된 학교폭력 사건이 모두 616건이라고 3일 밝혔다. 하루 평균 19.9건이 접수된 셈이다.
117신고센터는 2004년 6월 성매매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성매매업소 종업원들과 성폭행 여성을 상담하기 위해 시작됐다.
2005년 2월부터는 학교폭력 신고도 함께 받았다. 지난해 1년 동안 학교폭력 신고는 280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12월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정부는 학교폭력 신고를 117신고센터로 일원화했다.
지난해 1월 이곳에 신고된 학교폭력은 하루 평균 0.8건이었으니 무려 25배가 늘어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학교폭력이 사회문제가 되고 경찰이 가해학생 구속수사 등 강력 대응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동안 보복 폭행을 두려워했던 피해자들의 신고가 늘었다”고 말했다.
117신고센터에는 현재 진행 중인 학교폭력부터 자신이나 혹은 자녀가 경험한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몰려들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중학교 1학년부터 동급생 5명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해 담임교사 상담을 거쳐 경찰에 신고했다”며 “하지만 경찰조사 과정에서 가해학생 부모가 욕을 하는 등 적반하장이다”라고 신고했다. 다른 학부모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학년 장애아동의 바지를 벗기고 성추행을 하고 있다”고 신고했고, 서울시내 한 중학교 학생은 “불량학생들과 일진회 선배들이 한 아이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에 알려도 도움을 받지 못하거나 오히려 보복당할까 걱정하는 사연 등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117신고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 유형은 폭행·협박이 46.8%로 가장 많았다. 금품갈취도 16.1%에 달했고, 왕따는 14.4%였다. 폭력이 가장 자주 발생하는 곳은 학교 안 41.1%, 학원 33% 등이었다. 피해자는 중학생이 39.8%로 가장 많았다. 초등학생도 35.4%로 비슷했다. 가해자는 동급생 65.3%, 다른 학교 학생 20.1%, 선배 13% 순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117신고센터에는 직원 20명이 교대로 24시간 근무한다. 모든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한 후 경미한 사안은 ‘학교폭력 원스톱 지원센터’로 보내고 중대한 사안은 관할 경찰서에 통보한다. 지난 1월 접수된 616건 중 204건에 대해 수사지시가 내려졌다.
경찰청은 “학교폭력 신고 매체 홍보가 활성화되면서 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신고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경찰도 신고 사건을 적극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