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性희롱 하고도 발뺌하는 나꼼수의 궤변

입력 2012-02-03 17:49

‘나는 꼼수다’는 모호하다. 팟 캐스트라는 인터넷 방송이 미디어의 경계에 있다보니 콘텐츠의 성격을 판단하는 일도 혼란스럽다. 새로운 저널리즘의 출현이라고 환호하는 사람이 있고 저급한 쓰레기로 비하하는 쪽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이 내세우는 ‘가카헌정방송’에서 알 수 있듯이 시사 문제를 실명으로 거론하면서 회당 조회수가 수백만을 기록한다는 사실이다. ‘나경원 1억원 피부클리닉’ 발언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나꼼수가 분명히 성희롱적 발언을 하고도 발뺌하고 있다.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을 응원한답시고 여성들의 비키니 사진을 활용한 데 이어 정 전 의원의 전담 사진작가라는 사람이 “비키니 정도로 여성성을 논하는 시대의 유치함을 조롱한다”며 자신의 누드 사진을 올려 비난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나꼼수 대표 격인 김어준씨는 “공식 사과할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성희롱이 되려면 권력관계나 불쾌해서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청취자와 우리 사이에는 그런 게 없다”며 호오(好惡)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사안에 누드시위를 비롯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위할 자유도 있듯이 (비키니 시위도) 발랄한 시위의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 발언은 언어의 희롱이다. 성희롱에서 권력관계는 전제 조건이 아니라 가중처벌의 요건이다. 불쾌감을 느끼는 피해자 역시 숙명여대 학생회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단체들이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백번 양보해서 비키니 문제가 호오의 문제라 치더라도 그런 행위에 불편해 하는 사람이 많다면 사과를 하는 게 마땅하다.

나꼼수는 이미 권력이다. 이들의 대중동원력은 정평이 나있고, 멤버가 책을 내면 수십 만 부가 팔려 나간다. 스스로 대안언론을 표방했고 언론노조로부터 민주언론상까지 받았다. 현직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판하면서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거부하는 것은 모순이다. 나꼼수는 언제까지 꼼수 행진을 하며 대중의 눈을 어지럽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