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나라살림 거덜낼 셈인가

입력 2012-02-03 17:46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양대 선거를 겨냥해 말초적 표심을 자극하는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릴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당시 제시했다가 지난해 3월 “사업 타당성이 없다”며 백지화했던 동남권 신공항 공약을 호남권으로까지 확대한 재탕이다. 당시 영남권이 극심한 마찰을 빚었던 사실을 생각하면 영호남 갈등까지 야기할 수 있는 우려스러운 사안으로 정치권이 스스로에 족쇄를 다시 채우는 격이다.

여당은 주요 중소기업 취업 의사를 밝힌 대학생에게 2년간 국가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도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도 살리고 청년들의 등록금 부담도 줄일 수 있는 양수겸장의 아이디어지만 5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재원 확보 방안이 정부와 논의되지 않은 상태다.

민주통합당이 무상 복지 정책 등을 묶어 제시한 ‘3+3’ 공약도 재원 조달계획이 미비하다. 취약계층 지원대책까지 합쳐 필요한 33조원의 재원을 재정 개혁과 복지·조세 제도 개선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지만 여전히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 취업준비생에게 4년 동안 월 25만원씩을 구직촉진수당으로 지급하겠다는 민주통합당의 공약은 취업 의지를 약화시키고 중소기업 인력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

정당들이 유권자의 마음을 잡을 정책을 발굴해 발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선거를 앞두고 양산되는 공약 가운데 재원 확보가 어렵고, 종합적인 정책적 고려 없이 특정 계층이나 집단만을 위한 단선적인 성격의 것이 많다는 점이다. 섣부른 공약은 정치 불신을 부추기고, 지역·계층간 갈등을 증폭시킨다. 이를 알면서도 버젓이 약속인 것처럼 내미는 것은 혹세무민이다. 여야는 무분별한 공약 경쟁을 자제하고, 각자의 정강·정책에 부합하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으로 국민의 판단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