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해외자원 개발 ‘속빈 강정’… 30대기업 정부 닦달 못이겨 투자
입력 2012-02-02 19:33
30대 그룹이 정부 닦달을 못 이겨 지난 4년간 국외 자원개발 분야에 대거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은 공기업과 민영화한 공기업을 제외하고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계열회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국외 자원개발 법인이 지난해 9월 말 현재 78개에 달한다고 2일 밝혔다.
30대 그룹에 속한 국외 자원개발 법인은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말 50개사에 불과했지만 2009년 말 71개사로 급증했고 2010년 말 사상 최다인 79개사를 기록했다. 그룹별로는 LG의 국외 자원개발 법인이 2008년 13개에서 지난해 9월 말 19개로 가장 많이 늘었다. STX는 4개에서 9개로 증가해 뒤를 이었다. 현 정부가 자원외교를 강화하면서 투자를 독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30대 그룹의 관련법인 경영실적을 보면 전체 78개사 중 2010년 흑자를 낸 곳은 22개사(28.2%)에 불과했다. 실적이 아예 없거나 적자를 기록한 곳이 훨씬 많았다.
한화는 7개 법인 중 1곳(14.3%)만 순이익을 내 성과가 가장 나빴다. 나머지 6개사 중 4개사는 실적이 0원이었다. 또 영풍 5개사 중 흑자를 낸 곳은 1개사(20.0%)에 그쳤다. 동양은 천연가스 개발업체 2곳 모두 적자를 면치 못했다.
삼성은 11개사 중 3개사(27.3%), GS는 4개사 중 1개사(25.0%), STX는 9개사 중 2개사(22.2%), SK는 14개 중 3개사(21.4%)로 순익을 거둔 법인의 비율이 20%대에 머물렀다. LG는 19개사 중 8개사(42.1%)가 순익을 냈고 LS는 소속 계열사 2곳이 모두 순익을 거뒀다.
국외 자원개발이 세간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실제 경제적인 성과를 내기 매우 어려운 점을 기업들이 알면서도 정부 눈치 때문에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