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싸늘한데 달아오르는 주가 왜… 25P 올라 2000 바짝
입력 2012-02-02 19:33
코스피가 어느새 2000선 문턱까지 치고 올라갔다. 지난해 미국 및 유럽 채무위기가 본격화한 8월 초 직전 수준이다. 지난달 수출이 급감하고 제조업 경기가 침체상황에 빠져든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밀려오면서 맞는 뜻밖의 주가 활황이다. 하지만 경기 실적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유동성 장세는 거품이 꺼지기 마련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5.06포인트(1.28%) 오른 1984.30으로 장을 마감했다. 장 초반 1993.88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코스피 상승세는 몇 차례 소폭의 조정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이날까지 16거래일 동안 꾸준히 이어졌다. 이 기간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157.81포인트(8.64%)나 뛰었다. 코스피가 2000선을 넘어설 경우 지난해 8월 4일 이후 6개월 만이 된다. 이번 주가 강세는 거의 전적으로 외국인의 힘에 의해서 연출됐다. 외국인은 이날 9900여억원을 순매수하는 등 올해 들어 이날까지 7조7000억원가량을 사들였다. 지난해 8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7조272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다가 불과 한 달여 만에 그 이상의 주식을 쓸어 담은 것이다.
외국자금 유입은 지난해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은행들에 대한 장기대출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014년까지 초저금리 기조 유지 방침으로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여기에 그리스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질 가능성이 적어졌고 지난달 미국과 중국의 제조업 지수가 호전된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애널리스트는 “풍부한 유동성에다 각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이달에 주가가 2100까지 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업 실적이 바탕되지 않은 주가 흐름은 오래가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98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389조4906억원으로 지난해 7월 말(2726조7713억원)에 비해 6개월 만에 12.37% 감소했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2년 만에 적자를 보인 데다 올 들어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서(원화 강세) 한국경제를 이끈 수출기업의 대외여건도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유럽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점도 향후 주가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유럽국가들의 공조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채무위기가 재차 불거질 경우 자금의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다시 힘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우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그리스 부채 문제 해결 방안이 나온다 해도 이를 뒤따를 호재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며 “코스피가 2000선에 안착하기보다는 박스권 흐름을 계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