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자금줄 ‘슈퍼 팩’, 대선 가른다… 美공화 경선서 돈선거 입증
입력 2012-02-02 19:20
미국 공화당 경선에서 막대한 돈 선거의 힘이 입증되면서, 올 대통령 선거의 판도는 슈퍼팩(PAC·정치행동위원회)이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미 언론들은 31일 치러진 공화당 플로리다 경선에서만 2000만 달러 이상의 홍보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추산한다.
이같이 천문학적인 홍보비용을 쓸 수 있는 것은 슈퍼팩의 ‘활약’ 때문이다. 슈퍼팩은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정당 외곽 단체다. 모금액 제한을 받는 공식 선거캠프와는 별도로 무제한 모금할 수 있는 슈퍼팩은 2010년 대법원이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지출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판시함에 따라 활동 가능하게 됐다. 독립적으로 특정 후보를 지지 또는 반대 활동을 할 수 있지만, 후보 또는 후보 측과 접촉하거나 조율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사실상 정당의 선거캠페인과 효과는 똑같다.
플로리다 경선에서의 홍보비용은 거의 TV 정치광고에 들어간 돈이다. 언론들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측이 1540만 달러,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측이 370만 달러를 쓴 것으로 분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승리 직후 깅그리치의 지지도가 급상승세를 타자 롬니의 엄청난 TV광고가 시작됐다. 그리고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돈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AP통신에 따르면 플로리다의 마지막 주 선거 캠페인에서 롬니 캠프가 TV 정치광고에 280만 달러를 쓴 데 비해, 외곽 단체 ‘미래를 복구하라(Restore Our Future)’는 400만 달러를 퍼부었다. 깅그리치 캠프는 70만 달러, 그의 후원단체 ‘우리의 미래쟁취(Winning Our Future)’는 150만 달러를 썼다.
슈퍼팩의 대대적인 TV 정치광고 공세가 선거 캠페인의 주력이고, 이것이 유권자들의 투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연방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만 하면 되는 슈퍼팩은 지난달 말 현재 모두 302개다. 공화당의 최고 전략가 칼 로브가 후원하는 슈퍼팩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낙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의 갈림길(American Crossroads)’은 지난해 비영리단체와 공동으로 51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