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첫 풀뿌리 민주선거 치렀다… 우칸촌서 서기·촌민위원회 선거위원 선출

입력 2012-02-02 19:19

지난해 3개월에 걸친 주민 시위로 눈길을 끌었던 중국 광둥성 루펑시에 속한 작은 어촌 마을 우칸촌에서 처음으로 주민들이 주관한 자유선거가 치러졌다.

주민들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우칸촌민위원회 서기를 뽑는 동시에 우칸촌민위원회를 구성하는 선거를 감독할 선거위원회 위원을 선출하는 선거를 1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선거위원 후보자 22명 중 11명이 선출됐다. 이날 뽑힌 선거위원은 우칸촌민위원회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이번 선거는 주민들이 부동산개발업자와 결탁해 비리를 저지른 당 지부 서기를 내쫓고 새로운 당 지부를 만든 뒤 새 주민대표를 뽑는다는 점에서 서방 언론이 주목하고 있다. 중국 네티즌 중에는 “우칸촌과 미국의 선거가 비슷한 점이 있다”면서 “인민대표대회 대표 선거에도 이러한 방식을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사람도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 이번 선거를 “중국에서 수십년 만에 처음 실시된 자유선거”라고 표현하면서 “중국에서는 1980년대 이후 주민대표 후보자가 당 지도부에 의해 지명돼왔고 선거도 형식적이었다”고 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아시아판은 “지방정부를 갈아엎은 우칸촌 주민들이 새로운 민주적 지방정부를 탄생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고 보도했다.

선거는 우칸초등학교에서 실시됐으며 주민들은 스스로 투표함을 제작했고 투표소도 빨간 천으로 칸막이를 만드는 등 자체적으로 설치했다.

홍콩 명보(明報)는 우칸촌 유권자 7800명 가운데 85%가 투표했다고 전하면서 20대 여자부터 50대 농민에 이르는 주민 수십명이 이날 선거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신경보(新京報)는 18세 이상 모든 주민에게 선거권이 부여됐다면서 이들 가운데 7688명이 투표했다고 명보와는 다소 다르게 보도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주민 양진루(43)씨는 “오늘 선거는 우리 마을이 지난 40년 사이에 이룬 가장 큰 업적”이라면서 “나로서는 민주주의를 처음 맛본 역사적인 경험”이라고 말했다.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우칸촌이 속한 둥하이(東海)진과 루펑시의 관리들이 다수 나와 지켜봤으며 군인들도 현장에 나와 있었다. 국가행정학원 공공교육연구실 주리자(竹立家) 주임은 명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거가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이른 시일 내에 촌 단위보다 큰 지역에서 자유선거가 실시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