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덮친 살인적 한파] 지하철 1호선 고장… “고장에 안내방송도 없고” 출근길 승객들 분통

입력 2012-02-02 21:45

“강추위에 지하철 고장이라니….”

살을 에는 듯한 추위 속에 2일 아침 일찍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지하철 1호선 전동차가 고장을 일으켜 운행이 중단됐다는 소식에 허탈해했다. 지하철 이용객들이 전철역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전철역 주변 도로는 체증을 빚었다.

경기도 부천에서 출근하는 강현석(50)씨는 “오전 8시30분까지 출근인데 사고 때문에 1시간가량 늦을 것 같다. 출근시간에 이런 일이 일어나 황당하다”고 말했다.

서울역에 나온 권모(20)씨는 “청량리에서 10시17분 열차를 타야 하는데 지하철이 제시간에 안 와서 늦을 것 같다”며 택시를 잡으러 황급히 뛰어갔다. 곽경자(66·여)씨는 “지하철 운행이 중단된 것을 모르고 시청역에 나왔는데 회사에 전화해보니 일찌감치 집에서 나온 1명만 출근했고 다른 사람은 사무실에 도착하지 못한 것 같다”며 종종걸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부천에서 구로까지 급행열차를 타고 온 한모(43)씨는 “안내방송이라도 있었다면 헷갈리지 않고 전철을 환승할 수 있을 텐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9개 역에는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사고소식을 모르고 지하철역에 나온 시민은 역무원에게 상황을 물어보거나 다른 교통수단을 찾으려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역 주변에는 버스나 택시로 갈아타려는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도 전기공급 장애로 열차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승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출근시간대 승객들은 바뀐 플랫폼을 찾느라 우왕좌왕했고, 변경된 플랫폼에는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승객이 몰리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특히 1·2호선 환승역인 신도림역에서는 열차운행 중단과 지연, 플랫폼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극심해 승객들이 역에서 장시간 빠져나오지 못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코레일 측은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배터리 전압이 방전돼 전동차가 멈춰 섰고, 전기공급선 지지대가 동파돼 전기공급선이 늘어진 것으로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운행 중인 전동차의 배터리 방전 사고는 이례적인 일이어서 혹한기에 대비한 정비·점검을 철저히 하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특히 1차사고보다 훨씬 심각한 혼란을 불러온 것은 고장차량 이송 중 발생한 차량 궤도이탈 사고였다. 1차사고는 40여분간 차량 운행을 지연시켰지만, 2차사고는 4시간가량 상행선 운행을 중단시켰다.

후속 전동차가 고장 전동열차를 밀어 이송하는 과정에 갑자기 속력을 냈을 수 있다. 또 고장 전동차의 제동장치를 제대로 해제하지 않았거나 갑자기 작동됐을 가능성이 있다. 국토해양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