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재벌 때려 표얻기’ 경쟁… 정부·재계 “선거 표 의식 국민 편가르기 우려”

입력 2012-02-02 23:17

정치권의 ‘재벌 옥죄기’가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4·11 총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여야가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각종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재계에서는 “선거에서 표를 얻겠다며 경쟁적으로 대기업 때리기에 나서서는 안 된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보완과 주식 양도차익 과세 방안을 발표했던 새누리당은 2일 비상대책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대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하는 국제표준 ‘ISO 26000’(국제표준화기구가 선정한 기업의 사회책임활동 인증 표준)을 토대로 어떤 내용을 입법화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라며 “비대위 회의에서 대기업이 사회에 공헌할 수 있도록 일종의 윤리적 기준을 만들어 기본법으로 제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제조업종에 주로 적용되는 ‘중소기업적합업종’을 유통을 비롯한 서비스업종으로 대폭 확대하는 안도 마련키로 했다.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위는 대기업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내용의 재벌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키로 했다. 10대 그룹 출총제 부활과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형사처벌 등의 공약에 이어 재벌 지배구조에 대해 대대적인 메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특위는 재벌 총수가 소수의 지분만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순환출자 규제를 신설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에 대해서는 3개 이상 계열사 간 환상형 순환출자를 금지할 방침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 주식은 단계적으로 의결권을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주회사 요건도 대폭 강화해 현재 200%인 지주회사 부채비율 상한을 100%로 낮추고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최소 지분율 요건을 상장회사는 20%에서 25%로, 비상장회사는 40%에서 50%로 각각 올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규제도 크게 강화할 계획이다. 특위는 조만간 세부안을 마련해 공약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통합진보당도 10대 그룹 해체를 위한 맞춤형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정희 공동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현행 ‘최대출자자’에서 ‘최대법인출자자’로 변경하면 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가 돼 결국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금융과 전자 부문으로 해체될 것”이라며 10대 그룹별 해체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정부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식 공격은 국민들의 편 가르기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주당 이용섭 정책위의장은 “정부는 출총제 부활에 대해 비판할 자격조차 없다”며 “야당을 비판하는 것은 방귀 뀐 놈이 성질 내는 격”이라고 반박했다.

이용웅 기자 yw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