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판비리’ 선재성 前 광주지법 부장판사 벌금 300만원… 직위 유지엔 영향 없어
입력 2012-02-02 23:20
대법원이 사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관할 이전 신청을 받아들여 진행된 선재성(50) 부장판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형사12부(부장판사 최재형)는 2일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 시절 법정관리업체 관리인에게 자신의 친구를 변호사로 선임하도록 지시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선 부장판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친구에게서 들은 정보로 주식에 투자해 시세차익을 남긴 혐의(뇌물수수)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금난으로 이익실현이 객관적으로 기대되지 않았던 만큼 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1심과 같이 무죄로 판단했다.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급(차관급) 고위법관이 정식재판 절차를 거쳐 벌금형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헌법상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지 않으면 파면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판결이 선 부장판사의 직위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가 재판 업무에 복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선 부장판사는 향판 비리가 터진 뒤 지난해 3월 재판 업무에서 배제돼 사법연수원으로 인사 조치됐다.
재판부는 “재판·수사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 특정 변호사를 소개·알선하는 것을 금지한 이유는 공무원과 변호사의 유착을 근절해 변호사 선임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법정관리 기업의 소송대리인 선임허가권을 가진 피고인이 관리인에게 특정 변호사를 지목해 찾아가 상담해보라고 말한 것은 법이 금지하는 소개·알선에 해당하고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회사의 조기 정상화를 위해 법률자문을 조언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선 부장판사는 2005년 강 변호사의 소개로 광섬유업체 주식에 투자해 1억여원의 수익을 거두고, 2010년 법정관리 기업의 관리인에게 강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소개·알선한 혐의로 기소됐다.
선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광주지법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난 여론이 일었다. 이에 대법원은 처음으로 검찰의 관할 이전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고법에 사건을 배당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법관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선 부장판사에게 정직 5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