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 이상득 의원 측에 공천헌금 2억 제공 의혹
입력 2012-02-02 23:18
김학인(48·구속)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한예진) 이사장이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 측에게 비례대표 공천헌금 명목으로 2억원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일 검찰에 따르면 김 이사장을 협박해 10억원대 식당 건물을 받아낸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로 구속기소된 한예진 전 경리직원 최모(37·여)씨가 최근 검찰에서 “2007년 11월 말 김 이사장의 지시로 한예진 차명계좌에서 2억원을 인출해 다른 직원과 함께 이 의원실 관계자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김 이사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는 것을 조건으로 이 의원에게 20억원을 주기로 했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만원권 2억원을 박스 2개에 담아 주차장에 대기 중이던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당시 돈을 받으러 온 이 의원 측 사람은 다소 젊은 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3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10년 넘게 김 이사장과 친분을 쌓으며 사업조언을 한 제 어머니가 김 이사장의 비례대표 출마 시도를 크게 나무란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 의원은 언론의 확인요청에 “전혀 사실 무근이다. 당시 내가 그럴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김 이사장이 2억원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최씨의 진술은 없다. 김 이사장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이 의원 측에 돈이 갔다고 할 만한 증거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004년 17대 총선 때 무소속으로 청주 흥덕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2007년 한나라당 부설 정치대학원 과정을 수료했다. 그는 EBS 이사 선임대가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최측근 정용욱 정책보좌역에게 수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편 이 의원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 로비의혹과 관련, 의원실 여직원 계좌에서 발견된 7억원이 자신의 개인 돈이라는 내용의 소명서를 최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10년 이상 자신을 보필한 보좌관 박배수(47·구속기소)씨가 이 회장 측으로부터 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후 이 의원이 검찰 조사에 대비해 의혹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이 의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보고, 이 의원에게 서면질의서를 보내 답변을 받아본 뒤 소환 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