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마련·빚 상환하려 예금 깬다… 은행 총수신 한달새 9조 이상↓
입력 2012-02-02 18:47
은행 예금 규모가 급감하고 있다. 감소폭이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던 때보다 훨씬 크다. 경기둔화 여파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국민·신한·하나·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총수신은 지난해 말 779조995억원에서 지난달 말 769조5415억원으로 한 달 만에 9조5580억원이나 줄었다. 시중은행 총수신은 지난해 12월에도 1조9000억원 줄어 감소세가 두 달째다.
은행 총수신이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은 2008년 12월∼2009년 1월에 이어 3년 만이다. 감소 폭은 이번이 훨씬 크다. 지난 두 달 동안 총수신 감소 폭은 11조4580억원인데 비해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의 감소 폭은 각각 8168억원, 1조9000억원이었다.
은행 수신액 감소는 최근 몇 년 새 폭증했던 가계대출 상환부담과 경기침체로 인한 실질소득 위축 때문이다. 통계청이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소득 평균은 6.3% 늘었지만 대출액은 14.1% 급증했다. 대출 원리금 상환액은 22.7%나 늘었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가계대출 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올라 빚을 상환하는 것이 더 유리해진 측면도 작용했다.
지난해 매달 급증하던 가계대출도 새해 들어 크게 줄어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감소액은 무려 2조109억원에 이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은행 계좌에서 돈을 빼 펀드 등에 집어넣지 않았다면, 예금 감소는 생활비 충당이나 대출 상환 목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