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풍운아… ‘북한이 버린 천재 음악가 정추’

입력 2012-02-02 18:52


북한이 버린 천재 음악가 정추 / 구해우·송흥근 (시대정신·1만원)

세계 3대 음악원 중 하나인 러시아 차이콥스키 음악대학 최초로 졸업 작품 만점을 받은 작곡가. 세계 최초 우주비행 성공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소련 당국의 요청으로 자신의 곡을 연주했던 음악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나 사회주의자였던 형을 따라 북으로 떠난 음악가 정추(89)는 러시아 유학 중 김일성 반대 시위를 주도한 이후 남북한 모두로부터 버림받았다.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 정추는 시대를 풍미한 인물들과 인연이 많다. 그의 형은 북한 영화의 시금석을 놓은 조선프롤레타리아영화동맹 초대 서기장 출신의 정준채이고,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그의 동생은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등을 지은 동요작곡가 정근이다. 러시아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이자 라이벌은 북한 애국가를 지은 음악가 김원균이다.

형 준채가 당대 최고의 무용수 최승희 공연에 감동받아 훗날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제작한 사연, 흐루쇼프와 김일성 면담의 일화를 증언하는 당시 촬영기사 이야기, 월북 소설가 이태준이 북한에서 발표한 ‘먼지’라는 소설로 인해 숙청당한 이유 등은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비화이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