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에 배어 있는 작가의 고독과 열정… ‘예술가의 작업실’

입력 2012-02-02 18:53


예술가의 작업실 / 박영택 (휴머니스트·1만7000원)

문을 열면 진한 물감 냄새가 코를 찌른다. 누구는 물감을, 누구는 먹을, 누구는 흙과 나무와 돌과 철을 한평생 다루면서 늙어간다. 그들은 제각각의 연장으로 어떤 물질을 주무르고 더듬고 매만지면서 모종의 경지를 향해 육박해가는 존재들이다. 작업실에 놓여 있는 수많은 연장들은 작가가 수고를 아끼지 않은 노동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래서 전시회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에게 있어 알파와 오메가는 작가의 작업실 탐방이다. 어떤 의미에서 전시회에 내걸린 진정한 작품은 이런 노고를 거친 작업의 결과물이 아니라 작업실에 배어 있는 작가의 고독과 열정과 불면의 밤들인 것이다.

파스텔 가루를 잔뜩 묻히고 사는 민경숙, 두툼한 물감의 질감을 매만지는 안창홍, 먹과 모필로 필생의 작품을 만드는 김호득, 신문지에 볼펜과 연필로 선을 긋는 최병소, 검은 고무를 오리고 붙여서 꽃을 피워내는 도병락, 장지와 안료로 전통회화의 모더니티를 추구하는 정종미…. 우리 시대 대표적 작가 12명의 작업실에 대한 탐방기는 한국미술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케 하는 바로미터이다. ‘예술가로 산다는 것’(2001)에 이은 작업실 탐방기의 두 번째 저서. 경기대 예술학과 교수.정철훈 문학전문기자